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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사람 가탁이 Jun 14. 2023

푸르름에 포위되다.

#18 절물자연휴양림 230611 어긋난 비 예보

버스 창문으로 스치는 제주의 숲을 보며, 흡사 브로콜리를 보는 듯했다. 빽빽하게 모인 초록의 송이들.


절물자연휴양림, 장생의 숲길을 걸었다.

입장료 1,000 원을 주고 초록의 잎으로 온몸을 두른 채 양팔로 입장객을 맞아주는 길로 접어들었다.

보이는 곳마다 가족이나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빠가 끌어주는 유모차에서 나른하게 잠든 아기의 얼굴도 손주들의 작은 행동에도 인자한 미소를 짓는 할머니의 얼굴도 행복하다 말하지 않아도 행복이 가득했다.

나무가 내어주는 그늘아래 평상에 앉아 간식이며 음료 등을 먹으며 하하 호호 깔깔 온갖 크기의 웃음소리로 즐거움과 행복함을 표현해 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혼자 왔더라면 저런 웃음소리가 외롭게 만들 수도 있었겠구나, 웃음소리가 사람을  외롭게 만들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라산을 오르지 않은 캠프일행 몇이 있어 등이 오싹거리는 외로움은 면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이 수많은 행복 안에서 외롭지  않고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장생의 숲길로 가는 나는 '행복한 사람!'을 속으로 끝없이 외치며 입구가 아닌 출구로 들어섰다(공사 중이라 우회팻말을 보지 못하고...)


모이는 시간까지 4시간 이상을 주는 게 의아했지만 걸어보니 알겠다. 이 숲의 모든 것은 살아있다, 이 숲을 걸어가는 모든 길은 생명으로 이르는 것임을.

총길이 11km가 넘는 장생의 숲길을 제대로 걸으려면 4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출발부터 힘을 빼고 걸으며 낮은 자세로, 숲과 어우러진 양치식물(고사리류, 이끼류)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걸어서인지 1/3도 걷지 못하고 되돌아 나와야 했다. 

고사리류와 이끼들이 끝없이 펼쳐진 길은, 누가 걸어도 걷기만 한다면 살아낼 자신이 생길 것처럼 싱그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초록의 몸짓으로, 푸르게 푸르게

아쉽고 아쉬운 걸음으로 연신 뒤를 돌아봤다.

오롯이 걷기 위해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




장생의 삶으로!
이끼, 고사리 그리고 뿌리
이렇게 이쁠 일? 조릿대

#절물휴양림 #장생의 숲길 #이끼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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