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잠깐동안 불편한 마음을 느껴서였는지 속이 편하지 않고 머리가 아프고 여기저기 불편했다. 소화제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고 답답함이 풀리지 않았다.
마음이 체한 거구나, 그게 뭐라고,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인 마음이 무어라고...
체한 마음을 풀어내려면 걸어야 한다.
빛이 나는 '제주'도, 빛이 나지 않는 '제주'도 좋았다.
7코스는 올레길의 여왕으로 불리는 코스라고 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칠십리시공원을 한 바퀴 돌아바닷가 쪽으로 난 길을 걷기 시작했다.
6코스만큼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않았지만 바다는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빛나고 있었다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수학여행을 온 중학생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올레길의 여왕이라는 칭호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서 붙여진 별칭인 듯했다.
긴 세월에깎이고 베이고 흔들려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돌개를 스치듯 지나며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바다색깔보다 더 빛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젊음!반짝이려 하지 않아도 이토록 빛이 나는.
잔잔한 바다 위에서 서핑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드(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위에 앉아 파도에 몸을 맡기고만 있어도 빛나는 그들의 시간이 부러웠다.지나간 시간 속의 내가 세상의 모든 젊음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생각났다.
'나중에, 다음에, 시간 있을 때'라는 기회는 없을지도 모르니,
즐길 수 있을 때,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마음껏 즐기라고,
지나와서 뒤돌아보니,
시간은 기다림을 모르더라고...
제주 이곳저곳에서 수국을 볼 수 있었다. 육지에서 흔하지 않은 수국이 제주에는 도로변, 마을 주변, 올레길 장소를 불문하고 피기도 하고 지기도 했다. 색깔조차 육지와는 다른 이곳, 제주만의 색깔이 존재했다.또 하나 제주에는, 4.3 사건과 관련한 자료나 추모공간이 많았다.
그 많은 아픔과 원망을 동백꽃잎에, 작은 가슴에 숨겨두고 바람에 실어 날려 보내지도 못했으니, 그만큼 아픈 시간이었고 아픈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다가오는 날들에는 그런 아픔과 절망이 반복되지 않기를 추모비 앞에 서서 한참을 고개 숙여 기도하며이 책 한 권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