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판이 모욕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에 대한 악플, 모욕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혹시...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까요..?"


연예인 기사에 댓글을 하나 달았다가,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는 분과 통화하게 되었다. 순간의 감정으로 쓴, 혹은 정당한 비판이라 믿었던 몇 줄 때문에 그녀는 전과자가 될 판이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공적 비판과 모욕 사이의 경계


유명 연예인이 전 소속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SNS에 자신의 입장을 올렸다.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고,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이래서 양아치 날라리들은 안 되는 거임... 나잇값 좀 하자. 불혹에 뭐 하는 짓임?'


연예인 측은 이 댓글을 모욕죄로 고소했고, 1심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다.


"저는 그냥... 기사를 보고 제 생각을 쓴 것뿐인데요."


그 목소리에는 억울함보다 혼란이 더 짙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그런 혼란이었다.


모욕과 비판의 경계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 침묵해야 하는가.




대법원이 내놓은 해석


2022년 8월 31일, 대법원은 중요한 판결을 내놓았다.


단순히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표현을 사용한 경우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의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어야 한다는 기준이었다.

(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7370 판결)


쉽게 말해, 표현이 좀 거칠다고 해서 모두 범죄가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 균형점이 어디쯤 일지, 우리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2심에서의 주장


우리는 2심에서 세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이 댓글이 나온 배경을 봐야 한다. 연예인이 먼저 SNS에 전 소속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그것이 공론화되었다. 독자들이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다.


둘째, 표현의 대상이 불명확하다. "양아치 날라리들"이라는 표현이 해당 연예인만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연예계의 특정 관행을 비판한 것인지 모호하다.


셋째,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는 연예계 관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더 강하다.




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 표현이 사용되었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무죄.png


무죄 확정 후, 형사보상도 지급되었다. 무고한 사람을 잘못 처벌한 것에 대한 국가의 사과였다.


형사보상.png





댓글 하나의 무게


요즘 온라인에서 댓글 하나 잘못 달았다가 모욕죄로 고소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몇 줄의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댓글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흔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신중해야 한다.


동시에, 정당한 비판까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공적 인물에 대한, 공적 사안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가 두려움 때문에 사라져서는 안 된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변호사로 산다는 것은, 이 가느다란 줄 위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댓글 하나 때문에 법정에 섰던 그녀는 이제 무죄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억울함은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법정에 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자신의 억울함을 이해해 주길, 자신의 편이 되어주길 바란다. 한 사람의 인생이 법정에 걸렸을 때,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그것이다.


경청하는 것. 공감하는 것. 그리고 함께 길을 찾는 것.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644-9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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