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호재 뒤에 숨겨진 기획부동산의 진실

평범한 가장을 무너뜨린 조직적 기망


사무실 소파에 마주 앉은 의뢰인은 한참이나 망설였고, 그의 손가락은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나는 무거운 서류 뭉치를 덮고 그의 표정에 집중했다. 때로는 서류보다 의뢰인의 떨리는 눈빛 속에 사건의 핵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작게 접힌 종이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정성스럽게 삼각형으로 접힌 만 원짜리 지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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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선물이라며 주더라고요. 자기들은 남들 속이는 기획부동산이 아니고, 경매로 나온 귀한 땅을 싸게 파는 사람들이라고 믿으라면서요."



물리치료사로 일하던 의뢰인의 아내가 병원에서 만난 환자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친절한 태도로 건넨 이 작은 종이 접기가 사실은 한 가정의 소중한 자산을 가로채기 위한 치밀한 덫이었음을, 의뢰인은 그 당시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세종시에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골프장이 완공된다는 화려한 뉴스 기사, 우리 애들 이름으로도 사둔 땅이라는 확신에 찬 권유는 평범한 가장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그렇게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건넨 2,900여만 원은 순식간에 개발 불가능한 맹지로 변해버렸다.





냉혹한 진실


의뢰인이 들었던 장밋빛 미래와 우리가 파헤친 진실은 너무도 달랐다.


사건을 맡고 우리 법인에서 세종시 조례와 산림 정보를 낱낱이 분석해 보니, 해당 토지는 경사도가 25~30도에 달하고 표고 역시 기준치를 훌쩍 넘는 임야였다. 세종시 조례상 개발 허가가 날 수 없는 법률적 장애가 명확한 땅이었으나, 전문가를 자처한 그들은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지분 쪼개기의 실태 또한 처참했다. 우리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한 필지의 주인이 무려 300여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유자 전원의 동의 없이는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는, 경제적 가치가 제로에 수렴하는 땅이었다.


업체는 이 쓸모없는 땅을 ㎡당 약 13,000원에 사들인 뒤, 의뢰인에게 60,000원이 넘는 가격에 팔아치우며 4배가 넘는 폭리를 취했다.





단죄와 회복을 위한 두 가지 전략


우리는 이 사건을 조직적인 기망행위가 개입된 범죄로 규정하고 두 가지 길을 동시에 걸었다.


첫째는 형사 고소를 통한 압박과 단죄였다.

피고인들(업체 관계자)이 지번을 숨긴 채 입찰금을 먼저 요구한 점, 확정되지 않은 뉴스를 호재처럼 브리핑한 점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이들이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다단계 방식으로 서민들을 유인했다는 구조적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법원은 대표를 비롯한 핵심 가담자들에게 징역형의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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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민사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통한 원상복구였다.

형사 판결 결과를 동력 삼아, 우리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중요 부분의 기망에 의해 체결되었으므로 취소되어야 함을 강력히 주장했다. 업체 측은 "투자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며 발뺌했지만, 법원은 우리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결국 1심과 항소심 모두에서 계약 취소를 인정받고 매매대금 전액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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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잡기


판결문을 덮으며 책상 위에 놓인 사건 기록을 다시 보았다. 삼각형으로 접힌 지폐를 만지작거리던 그 가장에게는 이것이 삶을 지탱할 희망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무너진 일상을 아주 조금이나마 돌려놓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다음 사건의 기록을 펼쳐본다.


내 앞에 앉은 한 사람의 인생이 이 종이 몇 장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는 서늘한 긴장감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잡는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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