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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이 위로 가던 날
인생의 전성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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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한 하루
Dec 20. 2020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했던가. 내 인생의 전성기는 중2 때 시작되었다. 만연 중간인 내가 위로 가던 날이었다.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살얼음판 같던 집에 웃음꽃이 연실 피어댔다. 소문을 들은 윗집 아주머니는 굳이! 나를 찾아와 내 두 눈을 부릅! 쳐다보며 사실을 확인했고, 이윽고 내가 다니는 학원엔 윗집 아이가 등록했다.
기분이 묘했다. 가만히 있어도 아이들이 찾아왔다. 어떻게 첫마디를 내뱉을지 전전긍긍하며 말을 붙이지 않아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 신기했다.
영어 과외 그룹을 꾸리는데 함께 하자는 제안도 들어왔다. 지금 다니는 학원비의 딱 2배였다.
두 번째 시험 전, 담임 선생님은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평균 90이 넘는 학생은 이유불문 선물 1개, 이전보다 평균 5점 이상 오른 학생에게도 선물을 준다고 하셨다.
'이게 통할까?'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 반 최하위인 친구가 평균 10점이 올랐으니 선생님의 제안은 대대대대 성공인 셈이다.
그 친구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자, 부끄러운지 양 손을 연신 흔들어대며 쭈뼛쭈뼛 앞으로 나오던 모습.
반 아이들 모두가 소리 지르며 박수치자 부끄러워 선물을 받고 총총걸음으로 자리에 돌아가던 그 걸음새까지.
교생실습 학교를 정할 때, 나는 중학교를 택했다. 친하게 지내던 몇몇이 말렸다. '언니, 차라리 고등학교에 가세요. 임용에도 고등학교 교과과정이 더 유리할 거예요.'
뒤늦게 편입생으로 들어온 나를 걱정하며 이야기해 준 그들이 고마웠지만, 2번의 실습 모두 다
중학교를 선택했다.
난 중학생이 좋다.
중간에서 위로 가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맨 뒷줄 우두커니 앉았던 한 친구가 성적으로 웃는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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