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조언에 따른 선을 넘지 않는 삶"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나는 종종 모든 가능성을 붙잡으려 했다.
일도, 사람도, 기회도
닫아 두지 않는 것이 자유라고 믿었다.
거절하지 않고, 미루지 않고,
열어 둔 채로 두는 태도가
더 넓은 삶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능성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더 바빠졌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언제든 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선택하지 않은 일들까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하루는 늘 정리되지 않은 채로 끝났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감각이
마음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나는 정말 자유로운가.
아니면 선택을 미루고 있을 뿐인가.
칸트는
자유를 방임으로 보지 않았다.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는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상태를
자유라고 보았다.
그 말은 처음에는 낯설었다.
기준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더 답답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작은 기준 하나를 정했다.
“이 시간 이후에는 일하지 않겠다.”
“이 일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대단한 결심은 아니었다.
그저 선을 하나 그어 본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선을 긋는 순간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하지 않기로 한 것들이 비로소 밖으로 밀려났다.
그제야 해야 할 일만 남았다.
기준이 없을 때는
모든 가능성이 나를 끌어당겼다.
기준이 생기자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지 분명해졌다.
자유는 넓어질 때보다
경계가 생길 때 또렷해진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는 사실 아무것도
끝내지 못하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하지 않을 것을 정하는 순간
남는 선택은 가벼워진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제한이 나를 묶은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풀어 주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은
열어 둔 가능성보다 지켜 낸 기준이 있었는지
조용히 돌아본다.
자유는
경계를 지운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그어 둔 선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칸트의 말과 사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선을 넘지 않는 삶 1」**에서
따로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