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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누가 간호해주나요(2)

by 재홍

중환자실로 입원하는 환자의 모습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활력 징후는 완전히 망가져있고, 의식 없이 겨우 숨만 쉬는 환자들도 많다. 그러나 며칠 밤낮으로 최선을 다해 간호하다 보면 기적처럼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가 생긴다. 의식이 돌아오고, 인공호흡기와 승압제와 투석기를 떼고, 중심정맥관과 동맥관과 흉관과 소변줄을 제거한다. 심폐소생술을 겪은 환자 분이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먹는 모습은 경이롭기까 하다! 그럴 때면 속에서 무엇인가 울렁울렁 올라오려고 할 때가 있다. 비로소 간호사가 된 것 같았다. 토해내듯 말하고 싶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데 기여했다고. 나의 간호는 환자의 회복을 도왔고, 그들의 기적은 내 무기력함을 간호했다.


피 튀기는 병원의 전우이자 의무병들은 동료 간호사들이다. 응급 상황 속에서 눈빛만으로 서로의 다음 행동을 읽고 필요한 것을 건넨다. 침착하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장난처럼 내뱉는 말은 긴장된 어깨를 슬며시 내려 앉힌다. "오늘 집에 가기는 글렀네", “내일 커피사라~” 같은 말들. 병원의 무거운 긴장을 녹여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벼운 농담이었다. 그 말들이 없었다면 지친 몸과 패잔병처럼 찢겨진 마음가짐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어야 할 것이다. 혼자 내가 어떻게 패배했는지 복기해야 했을 것이다.


글쓰기는 나를 건강하게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침대에 쓰러져 누워 있기 보다 일단 앉아서 병원에서 기억나는 것들을 일단 썼다. 동시에 그 날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뮬레이션하곤 했다. 현실에서는 우왕좌왕 좌충우돌 움직이는 내가 글 속에서는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 노트는 내 자존감으로 채워졌다.

퇴근하면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섰다. 처음엔 몇 걸음 뛰기만 해도 심박수가 차올라 걸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마에 땀이 맺히고 등줄기를 타고 흐를 때 피로도 같이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규칙적인 운동은 망가져 가는 생체리듬을 땜질했다. 오래 달릴 수 있게 되고, 잠을 잘 때 자주 깨지 않았고, 소화제를 더 이상 안 먹어도 되고, 휴대폰 스크린 타임도 줄었다. 누군가 몸이 아프다면 병원보다 운동을 추천해 줄 정도로 나는 러닝 신봉자가 되었다.


나 자신을 스스로 간호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누군가를 간호할 힘이 사라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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