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3교대 간호사로 일하면서 ‘골골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삶을 1년 정도 살았다. 24시간 풀가동되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일상은 끝나지 않는 달리기 계주 경기 같다. 일을 쉬는 날에도 바통을 언제 넘겨받을지 전전긍긍하는 삶.
가장 먼저 망가진 건 수면 패턴이었다. 밤낮이 바뀌는 3교대 근무는 생체리듬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한창 자고 있어야 할 밤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눈이 말똥말똥했다. 얕은 잠에 들거나, 겨우 잠들어도 몇 시간 뒤면 눈이 번쩍 떠지곤 했다. 밤 근무 다음 날은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애꿎은 휴대폰만 계속 봤다. 끊임없이 SNS 계정을 새로고침하고, 의미 없는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했다. 새벽 3시에 잠이 들어 6시에 출근하곤 했고, 피곤함을 쫓아내려 커피를 달고 살았다. 단골 카페 사장님은 내가 보이자마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미리 만들어두시지 않았을까 싶다.
바쁜 업무에 치여 점심을 거르는 날도 많았다. 서로 교대하며 밥을 먹어야 하는데, 내 환자가 점심시간에 검사라도 가야 하는 날에는 밥을 먹지 못했다. 또, 당연히 환자의 상태가 나쁘면 굶을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안 먹으니 퇴근 후 허겁지겁 뭐라도 입에 집어넣어야 했다. 뭘 해 먹을 기력이 없으니 메뉴 또한 햄버거, 치킨, 피자 같은 배달 음식이 주였다. 끼니를 때우면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와 잠들기 바빴고, 잠에서 깨면 여지없이 소화 불량에 시달렸다. 집 근처 약국과 편의점의 소화제는 다 내가 팔아주지 않았을까?
무기력해졌다. 쓰러져 잤다가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누워 쉬는 것이 일상이었다. 누워도 누워도 눕고만 싶었다.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렸다.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면역력도 떨어졌다. 목이 쉬고 자주 감기에 걸렸다. 몸무게는 입사 전보다 10kg가 빠졌다. 중환자실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내게 보람을 주었지만, 동시에 내 몸을 돌볼 여력조차 빼앗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