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밥을 먹게 됩니다. 혹시 좋아하는 음식 있어요? 같은 질문을 합니다. 사실 별로 즐기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이 말하는 메뉴를 좋아한다 해야죠. 오,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 우리 천생연분인가 봐! 우연은 만들어가는 것이죠. 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을 것 같으니까요. 피자와 파스타, 오늘의 메뉴입니다.
맛집이라고 불리는 식당을 골라봅니다. 여러 지도 어플을 통해 평점이 괜찮은 식당을 찾았습니다. 포크와 나이프 세팅을 야무지게 합니다. 냅킨 한 장까지 수저 밑에 깔아야 완성이겠죠? 컵에 물을 따르고 주문을 합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합니다. 당신이 고른 파스타와 내가 고른 피자가 나왔습니다. 큼지막한 치즈가 흐르는 피자를 한 술 떠서 당신의 그릇에 놓습니다. 토마토가 듬뿍 들어가 상큼해 보이는 파스타를 당신이 내 그릇에 옮겨줍니다.
밥을 먹을 때 정말 밥만 먹는 편이지만, 재잘재잘 당신이 말하는 소리가 좋습니다. 라디오를 틀어 놓은 것 같이요. 피자를 먹고 입을 닦는 것, 포크로 숟가락 위에 파스타를 소담스럽게 돌돌 마는 것, 파스타 소스에 빵을 듬뿍 담가 먹는 것, 포크로 피클을 찍어서 먹을 때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계산할 때쯤이면 피자와 파스타 맛이 기억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엔 아마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갈 것입니다. 무슨 메뉴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죠. 당신이 오,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 해줄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음식이 그렇게 맛있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여기 맛이 그저 그렇네, 하고 얼른 핸드폰으로 주변 디저트 맛집을 검색할 당신일 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