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다 먹고 어딜 갈까 한 번 정해봅니다. 커피를 이미 마셨다고 하니 카페는 물 건너갔네요. 마침 유명한 누구 감독의 영화가 개봉했다고 합니다. 또 걸어서 5분 거리에 영화관이 있습니다. 다음 장소는 영화관으로 낙점됐네요.
영화관은 좋아하는 사람과 가기 아주 괜찮은 장소입니다. 상대방의 다양한 취향을 엿볼 수 있고요. 또 일단 2시간은 바로 옆에 앉아 찰싹 붙어있어야 하고요. 영화 티켓을 뽑아 기념으로 남겨둘 사진을 찍는 것도 설레는 일이고요. 숨소리가 들릴 것 같은 적막함도 좋고요. 어두운 조명 밑에서 겨우 보이는 옆얼굴도 좋고요. 물론 팝콘과 콜라는 당연합니다!
저는 본격적인 영화에 앞서 나오는 짧은 광고를 보는 것도 퍽 재밌습니다. 모두 조용해야 하는 빨간색 의자에 앉아 유일하게 떠들 수 있는 시간이라 허락받은 일탈을 하는 기분입니다. 새로 개봉할 영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다 불이 꺼지면 얼른 입을 닫아야 하는 것도 왠지 모르게 좋습니다.
이제 집중하게 됩니다. 혼자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면 드라마든 영화든 줄거리가 가물가물하잖아요. 그 사람 마지막에 어떻게 되지? 하지만 함께 본 영화는 등장인물의 이름마저 생생합니다. 왜 그럴까요? 긴장한 나머지 심장이 더 빨리 뛰어서 그런 걸까요? 다른 생각들로 머리가 팽팽 돌아서 그런 걸까요? 마치고 나서 영화에 대해 어떻게 말을 걸지 생각해서일까요? 집중하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을 들키기 싫어 앞을 더 열심히 보는 척하다 영화에 몰입해 버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두런두런 이야기가 들립니다.
잠시 앉아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봅니다. 영화는 참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영화 어땠어? 하는 말이 안녕을 물어보는 말처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정전된 후 촛불을 켜고 거네는 안부 인사처럼 조심스럽고 차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