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접니다.
나이트 근무 간호사들은 잠과 싸웁니다. 커피는 그래서 나이트 출근 때 챙겨야 할 아이템 1순위죠. 졸려도 잠을 자지 않아야 하니까요. 나이트 출근 시간인 10시에서 11시에 길거리에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 저 같은 간호사일 것 같습니다. 아이스 카페라떼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카페에서 포장하곤 하는데요, 영업시간이 10시까지인 카페에 10시에 도착해서 직원 분들의 눈총을 사기도 합니다. 라떼를 만드는 손놀림에 약간의 짜증이 섞인 것 같기도 합니다. 카페 문을 열고 나가면서 항상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곤 합니다. 제 출근 때문에 남의 퇴근을 조금 늦춘 것 같아서요. 괜히 미안해서요.
나이트 근무는 참 천차만별입니다. 환자 분들이 다 곤히 주무셔서 할 게 그리 많지 않은 경우도 있는 반면, 응급실에서 환자가 입원해 바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심정지 환자 분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으니 예상을 할 수도 없죠. 오늘은 입원 환자가 없어서 조용하네요. 다행입니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나이트 근무 퇴근할 때도 많이 어둡더라고요. 출근과 퇴근 때 세상이 어두우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인력 사무소에 일거리를 찾으러 가는 노동자 같기도 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첫 차를 탄 고된 사람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햇빛을 쬐지 못한 식물처럼 마르는 기분을 느낍니다. 비척비척 퇴근을 하면 참 몽롱해서 빨리 자고 싶다가도, 씻고 나면 맑아진 정신을 어디다 사용할지 몰라서 노트북을 켜기도 합니다. 빈 곳을 채우고 싶어서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지만 문장을 이루지 못하고 파스라집니다. 해가 아직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보며 암막 커튼을 두르고 이불을 덮습니다.
저는 점심쯤에 항상 한 번 깨는 편입니다. 거의 그렇더라고요. 잠깐 핸드폰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다시 잡니다. 그러면 4시나 5시에 깨서 저녁을 먹습니다. 나이트 근무 후 저녁은 사 먹거나 시켜 먹게 됩니다. 오늘은 샐러드를 시켰습니다. 그래도 풀을 좀 먹어야 할 것 같아서요.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집에서 턱걸이를 했습니다. 원래는 10개도 했었는데, 지금은 5개를 겨우 합니다. 잘하던 게 잘 안 되면 기분이 참 안 좋더라고요. 그리고 상심해서 더 안 하게 됩니다. 그걸 이겨내야 하는 게 인내심이고 근성일 텐데.. 인내심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턱걸이를 5개 더 당깁니다. 뚝 소리가 나서 등이 저릿저릿합니다. 아파야 운동이 된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정말 아프면 어떡하지, 걱정을 합니다. 진짜 걱정해야 하는 건 밤에 잠을 못 자는 것인 것 같은데요. 몇 해 전에 WHO에서 야간근무를 발암추정요인으로 분류했습니다. 2A 등급인데요, 튀김 요리와 붉은빛의 고기, 탄 음식 등이 같은 등급입니다. 야간 근무를 줄일 수는 없으니 삼겹살 구워 먹는 횟수라도 줄여야겠습니다.
밤에 커피를 들고 다니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