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무게와 축축한 아침

by DEMIURGOTH


마침내 새벽이랍시고 제 이름값을 하려는 것인지, 동쪽 하늘 저편 어딘가에서 어둠이 아주 희미하게, 마치 늙은 거지의 때 절은 외투 자락처럼, 그 짙푸른 농도를 마지못해 한 꺼풀 벗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시각이었다. 허나 지상에는 아직 밤의 권세가 시퍼렇게 살아 꿈틀거렸다. 닭이라는 족속들이 저희의 존재 이유인 양 목청을 돋우어 새날의 도래를 선포하기에는 너무 이른, 아니, 어쩌면 현명하게도 아직 밝아오지 않은 세상에 대한 논평을 삼가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 음습하고 정직한 어둠 속에서, 마치 세금 징수원처럼 어김없고 인정사정없는 새벽 냉기가 마리안느의 거처, 그녀가 삶의 대부분을 부려놓은 그 누추한 공간의 문틈과 벽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잠든 것인지 기절한 것인지 분간키 어려운 그녀의 몸뚱이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녀의 잠자리라 부르는 것조차 민망한 그것은, 북부 지방의 혹독한 겨울을 닮은 딱딱한 짚더미 위에, 이제는 원색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낡은 모포 한 장을 덮어놓은 것이 고작이었다. 중세 판타지 속 공주님의 안락한 깃털 침대와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의 거리만큼이나 멀었다. 창문이라고 박박 우겨볼 수는 있겠으나 실은 벽에 뚫린 돼지 눈구멍만 한 작은 구멍으로, 밤새 제 몸을 태우고 이제는 서쪽으로 꺼져가는 달의 마지막, 병자(病者)의 입김처럼 희미하고 창백한 빛줄기가 흘러 들어왔다. 그 빛은 마치 검시관의 냉정한 시선처럼 방 안의 빈궁함을 샅샅이 훑었다. 삐걱이는 소리마저 이제는 지쳐버린 듯한 늙은 나무 의자, 그 속을 채울 무언가를 가져본 기억조차 까마득한 빈 찬장, 그리고 벽난로—어젯밤 타다 남은 재는 이미 제 몸의 온기를 모두 세상에 빼앗기고 차갑게 식어, 오직 거대한 하품처럼 검은 아가리만 벌린 채 텅 빈 공허를 게걸스럽게 삼키고 있었다. 아, 가난이란 이렇듯 정직하고 적나라한 것이었다! 심지어 공기조차 가난했다. 눅눅한 흙냄새와 매캐한 재 냄새, 그리고 오랜 세월 환기될 기회를 얻지 못한 탓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퀴퀴한 체념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마리안느는 몸을 일으켰다. 아침의 신선함이나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 따위와는 하등 상관없는, 그저 수십 년간 그녀의 근육과 신경에 각인된 자동 반사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름칠을 하지 않아 녹이 슨 기계처럼, 혹은 지하 감옥에서 풀려난 죄수처럼, 그녀의 관절 마디마디가 ‘삐걱’, ‘우두둑’ 불평과 항의의 교향곡을 연주했다. 밤새 냉기와 습기에 시달린 허리와 무릎은 마치 경험 많은 류머티즘 환자처럼 둔중하고도 날카로운 통증을 호소하며, 오늘 하루 역시 결코 녹록지 않을 것임을 친절하게 예고했다. 그녀가 내쉬는 숨결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얀 김으로 흩어졌는데, 그것은 그녀 안에 아직 생명이 붙어있다는 증거라기보다는, 오히려 이 지독한 세상에 내뱉는 짧고 덧없는 한숨처럼 보였다.


그녀는 선반 한구석에서, 마치 선사시대의 유물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 조각 하나를 발견했다. 이것으로 어설픈 공격자를 물리칠 수도 있겠다는 실없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옆에 놓인 투박한 토기 잔에 그녀는 차디찬 우물물을 따랐다. 그 물은 마치 성당 지하의 성수처럼 차갑고 정결했지만, 위안을 주기보다는 오장육부를 얼려버릴 듯한 냉기를 품고 있었다. 빵 조각을 그 물에 잠시 적셔보았으나, 그것은 마치 고집 센 늙은 철학자-마리안느는 이 비유를 생각해내고는 곧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려냈다-처럼 제 본성을 쉬이 바꾸려 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거의 턱뼈가 부서질 각오로 그것을 씹기 시작했다. 맛?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혀끝에서 느껴지는 것은 시간의 먼지 맛과, 삶에 대한 깊고도 진한 씁쓸함 뿐이었다. 삼키는 행위는 흡사 작은 돌멩이들을 식도로 밀어 넣는 것과 같았고, 그 후 밀려오는 것은 포만감이 아니라, 오직 '살아남기 위해 이 짓을 또 해야 하는가'하는 형이상학적인 질문과도 같은 공복감이었다.


마침내 그녀는 몸에 걸칠 차례였다. 벽에 못 박힌, 그녀의 유일하다시피 한 외투이자 일상복인 거친 삼베 옷. 그것은 원정길에 나선 기사의 갑옷도 아니요, 축제에 입고 갈 화려한 드레스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 옷은 차라리, 수많은 전투(주로 가난과 추위와의)를 치른 노병의 해진 군복과도 같았다. 수없이 꿰매고 덧댄 흔적들은 흡사 오래된 지도의 경로 표시처럼 어지러웠고, 군데군데 묻어 지워지지 않는 얼룩들은 그녀가 흘렸던 땀과 눈물, 그리고 어쩌면 피의 기록일 터였다. 그녀는 그것을 마치 속죄의 의복처럼, 혹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구처럼 무표정하게 걸쳐 입었다. 옷감이 피부에 닿는 감촉은 늘 그렇듯 까슬까슬했지만, 또한 익숙한 무게감으로 그녀의 존재를 짓눌렀다. '오늘 해가 뜬다고 해서, 세상이 어제와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어리석음이거나, 술주정뱅이의 헛소리일 뿐이지.' 그 생각은 마치 성벽에 새겨진 낙서처럼 그녀의 의식 속에 깊고도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그녀가 감당해야 할 것은 저울에 달린 사과의 무게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한, 그 사과들을 팔아 넘겨야만 하는 시간의 무게이자, 팔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무게이며, 그렇게 하루를 버텨낸다 한들 내일 또다시 반복될 삶 자체의 지긋지긋한 무게이기도 했다. 방 안의 침묵은 여전히 무덤 속처럼 고요했고, 오직 벽 한구석에서, 마치 죄수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처럼,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이 다가올 또 하루—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고단할—의 시작을 냉담하게,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알리고 있었다.


마침내, 마치 오랜 투옥 생활 끝에 마지못해 감방 문을 나서는 죄수처럼, 허나 석방의 환희 대신 또 다른 형태의 구속을 향해 나아가는 죄수처럼, 마리안느는 그녀 자신을 밤새 옥죄던 그 퀴퀴하고 협소한 속박의 공간의 문턱을 넘어섰다. 뒤틀리고 오래된 나무 문짝이, 마치 그녀 자신의 마모된 성대를 흉내 내듯, ‘끼이익’ 하는 길고도 처량한 소리를 내며 마지막 저항처럼 버티다 열렸다 닫혔다. 문밖의 공기는, 아, 그것은 분명 방 안의 탁하고 먼지 앉은 공기와는 그 질료부터 달랐다! 비록 여전히 새벽의 예리한 냉기가 살을 에는 듯했지만, 그 속에는 밤새 지표면 위에서 벌어졌을 온갖 미미한 생명의 꿈틀거림과 부패의 증거들; 축축한 흙냄새, 이슬에 젖은 돌멩이의 비릿함, 그리고 어쩌면 저 멀리 강가에서 불어오는 미약한 물비린내까지 뒤섞인, 어떤 설명하기 힘든 원초적인 활력(혹은 그저 또 다른 형태의 오염)이 희미하게나마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폐부 깊숙한 곳까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처럼, 아주 찰나적이고 기만적인 해방감이었으나, 곧이어 시야에 들어온 저 지긋지긋한 현실의 구현체(그녀의 오랜 동반자이자 고문 도구인 낡은 나무 수레)앞에서 무참히 빛을 잃고 스러져 갔다.


그녀의 수레여! 신들이시여, 저것을 어찌 단순한 수레라 칭할 수 있겠는가. 저것은 필경 어느 몰락한 귀족 가문의 마지막 남은 문장처럼, 혹은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노병의 상이처럼, 마리안느의 삶과 고난의 연대기를 제 몸뚱이 곳곳에 아로새긴 살아있는 화석이었다. 바퀴는 이미 수백만 번의 회전을 통해 그 원래의 형태를 잃고 불규칙하게 닳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바닥의 모든 요철에 불평하며 마치 저주받은 영혼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토해냈다. 짐칸을 이루는 널빤지들은 성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썩고 뒤틀려, 금방이라도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웠다. 허나 바로 그 위태로운 무대 위에, 마치 반역을 꿈꾸는 소왕국의 백성들처럼, 오늘 그녀의 생계를 부지할, 그리하여 그녀의 피와 땀의 결정체인 사과들이 불안한 질서 속에 쌓여 있었다. 어떤 것은 아직 밤이슬의 영롱함을 머금고 아침 햇살을 기다리며 수줍게 붉은 뺨을 내밀고 있었고, 어떤 것은 이미 세상의 풍파에 시달린 듯 한쪽 귀퉁이가 멍들거나 주름진 채 체념한 듯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상품이기 이전에, 그녀가 이 척박한 땅덩어리와 변덕스러운 하늘 아래서 길러낸 자식과도 같았으며, 그 무게는 고스란히 그녀의 양 어깨와 팔뚝, 그리고 척추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전달되어, 마치 속죄의 십자가처럼 그녀를 땅으로 짓눌렀다. 그녀는 수레의 손잡이를 마치 물에 빠진 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듯, 혹은 오랜 원수의 멱살을 움켜쥐듯 단단히 틀어쥐었다. 그 익숙하고도 불쾌한 감촉은,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반복될 저 시시포스의 형벌과도 같은, 그러나 그 어떤 신화적 비장미도 없이 지극히 비루하고 현실적인 노동의 시작을 알리는 냉정한 신호였다.


마침내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밑창이 얇아질 대로 얇아져 땅의 모든 감촉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낡은 가죽신 아래로, 아직 잠에서 덜 깬 도시의 골목길이 뱀처럼 구불거리며 이어졌다. 길 양옆으로는, 마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거인들처럼, 오래된 목골 가옥들이 서로에게 위태롭게 어깨를 기대고 늘어서 있었다. 세월의 때가 묻어 검게 변색된 목재 골조가, 덧칠하고 또 덧칠하여 이제는 두꺼운 가면처럼 변해버린 회반죽 벽 위로, 흡사 해독 불가능한 고대 문자의 상형처럼 어지러운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몇몇 집들은 시간이 흘러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마치 중대한 비밀이라도 공유하려는 듯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음흉하게 속삭이는 형상이었다. 필경, 파리에서 온 멋쟁이 신사나 감수성 예민한 시인 나부랭이들이라면 이러한 풍경을 보고 “아, 이 얼마나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정취인가!” 따위의 실없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수첩에 졸렬한 시구라도 끼적거렸을 터이다. 허나 마리안느의 눈에는, 저 뒤틀린 기둥과 낡은 지붕 아래 도사리고 있을 빈곤의 악취와, 병든 자의 신음 소리와, 그리고 희망 없는 삶의 권태만이 보일 뿐이었다. ‘아름다움이란 결국 보는 자의 배부른 위장과 값싼 감상주의가 만들어내는 환영에 불과한 것인가.’ 그녀의 메마른 입술 새로 새어 나온 냉소는 차가운 새벽 공기 속으로 허망하게 흩어졌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마치 도시의 혈관처럼, 온갖 종류의 냄새들을 실어 날랐다. 저만치 앞쪽, 빵집의 굴뚝에서는 이미 부지런한 제빵사가 피워 올린 연기가 희뿌연 새벽 하늘을 향해 게으르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갓 구운 빵 냄새는 분명 천상의 것이었으리라. 허나 그 천상의 향기는 정확히 마리안느의 후각 신경을 자극하는 순간, 그녀의 텅 빈 위장을 비웃는 악마의 속삭임으로 변모했다. 저것은 그녀가 결코 아침 식사로 누릴 수 없는 사치였고, 그녀의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그저 후각적 고문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녀의 감각을 더욱 정직하게 사로잡는 것은, 길모퉁이마다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풍겨 나오는, 간밤의 술과 음식이 뒤섞여 부패하며 내뿜는 시큼하고 역겨운 악취, 마구간 근처에서 진동하는 가축들의 배설물과 묵은 건초 냄새, 그리고 어딘지 모를 어두운 구석에서 흘러나와 고여 썩어가는, 인간과 짐승의 온갖 분비물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오물의 향연이었다. 아아, 이것이야말로 분칠한 귀부인의 화려한 외출복 아래 감춰진 맨살처럼, 이 유서 깊고 아름답다는 도시의 진정한 체취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멀리, 마치 다른 세상의 소리처럼, 아직 어둠에 잠긴 성당의 종탑에서 규칙적인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지만, 그 소리에는 신성함보다는 어떤 냉혹한 의무감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마치 게으른 병사들을 깨워 전장으로 내몰려는 듯, 혹은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작업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기계음처럼 들렸다. 하나둘, 덧문 닫힌 창문 안쪽에서 희미한 촛불이나 등잔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잠에서 깬 누군가의 마른기침 소리, 갓난아이의 짜증 섞인 울음소리, 부부간의 낮은 언쟁 소리가 벽을 넘어 희미하게 들려왔다. 대장간에서는 아직 불꽃이 튀지는 않았지만, 쇠를 두드려 펴거나 벼리는 둔탁하고도 규칙적인 망치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깨뜨렸다. 저 소리의 주인은 필경 밤새 잠 못 이루고 영주의 투구를 수선했거나, 아니면 마리안느처럼 남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여 쟁기 날을 벼리는, 이 도시의 수많은 익명의 부속품 중 하나일 터였다. 길가의 쓰레기 더미에서는 굶주림에 눈이 번뜩이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마치 숙련된 도둑처럼, 잽싸게 무언가(아마도 생선 대가리나 쥐의 시체였으리라)를 물고는 그림자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리안느는 그 날렵한 움직임을 부러움 반, 경멸 반으로 바라보았다. ‘짐승은 적어도 제 생존 방식에 대해 변명하거나 위선을 떨지는 않지.’


돌 틈 사이에서는, 마치 이 도시의 끈질긴 생명력 그 자체처럼, 이름 모를 잡초들이 밤새 내린 이슬을 머금고 파릇하게 돋아나 있었다. 오래된 석조 건물의 벽면에는 물기 어린 이끼가 푸른 융단처럼 달라붙어 있었고, 처마 밑에서는 작은 새들이 재잘거리며 새로운 하루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은 이제 확연히 밝아져, 잿빛에서 푸른빛으로, 그리고 마침내 가장 높은 첨탑의 꼭대기부터 시작하여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햇살이 비스듬히 비추며 건물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고, 조약돌 포장길 위에 맺힌 이슬방울들을 수백만 개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게 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것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빛과 어둠, 자연과 인공, 그리고 시간이 빚어내는 한 폭의 그림. 허나 마리안느의 가슴은 그 아름다움 앞에서 단 한 치도 떨리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 장엄한 새벽 풍경이란, 그저 매일같이 수레를 끌고 지나가야 하는 무대 배경일 뿐이었고, 그 아름다움은 그녀의 고단한 삶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그저 부유한 자들의 시름없는 감상을 위해 존재하는 사치품에 불과했다.


하지만—그리고 이것은 그녀 자신조차 인정하기 싫어하는, 아주 모순적이고 불편한 진실이었지만—이 고되고 역겨우며 지긋지긋하기 짝이 없는 새벽의 행군 속에는, 아주 기이하고도 미세한 어떤 종류의 ‘소속감’ 혹은 ‘길들여짐’과도 같은 감정이, 마치 발밑의 돌멩이처럼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삐걱거리는 수레의 소음, 이 울퉁불퉁한 길의 감촉, 이 온갖 종류의 악취와 새벽의 소리들, 이것들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여 차라리 그녀 존재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했다. 그녀는 이 길의 모든 굴곡과 함정을 알았고, 이 도시의 모든 위선과 비밀을 알았으며, 이 새벽 공기의 모든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비록 이 도시를 증오하고 경멸했지만, 동시에 이 도시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기생충과도 같았다. 혹은, 이 도시야말로 그녀라는 잡초가 뿌리내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척박한 토양일지도 몰랐다. 그것은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뒤틀렸고, 증오라고 하기엔 너무나 깊이 얽혀버린, 지독하고도 질긴 애증의 관계였다.


저만치 광장의 어렴풋한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마주하게 될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들인, 탐욕스러운 상인, 위선적인 성직자, 오만한 귀족, 어리석은 농부, 그리고 그녀처럼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는 가련한 영혼들을 떠올리며, 마리안느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것은 환희나 기대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검투사가 콜로세움에 들어서기 직전 짓는, 혹은 사형수가 단두대 앞에서 마지막으로 내뱉는, 냉소와 체념과 그리고 아주 약간의 비틀린 유머가 뒤섞인, 복잡하고도 형언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수레 손잡이를 더욱 단단히 움켜쥐었다.


마침내, 길고 구불구불한 골목의 마지막 모퉁이를 돌자, 시야가 탁 트이며 광장의 전경이 그녀 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아직 온전한 아침의 소란으로 깨어나기 전, 마치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의 텅 빈 무대처럼, 어슴푸레한 새벽빛 아래 광장 돌바닥은 그 거대하고도 황량한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중앙에는 한때 이 도시의 번영을 상징했을 법한, 그러나 이제는 세월의 무심함과 관리 소홀 속에 그 위엄을 잃고 볼품없이 서 있는 낡은 분수대가 자리했다. 물줄기는 오래전에 말라붙었고, 물을 받아내던 석조 대야에는 푸른 이끼와 잡초만이 무성했으며, 그 꼭대기에 위태롭게 앉아 있던 포세이돈(혹은 그 비슷한 신화 속 인물이었으리라, 분수대에 한낱 익사자의 석상이 조각되어있진 않았을 것 아닌가)의 석상은 코가 떨어져 나가고 팔 한쪽이 부러진 채, 마치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처럼 처량한 모습이었다. 필경, 낮 동안에는 비둘기들의 훌륭한 휴식처이자 배설 장소로 애용될 운명이었다. 마리안느는 그 분수대를 향해 습관적으로 침을 뱉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녀에게 할당된, 혹은 그녀 스스로 오랜 세월에 걸쳐 묵시적으로 획득한, 광장의 가장자리, 북쪽 성벽의 그림자가 가장 늦게까지 머무는 그 응달진 구석으로 수레를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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