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이라는 무대와 생계라는 희극 (1)

by DEMIURGOTH

마침내, 길고 구불구불한 골목의 마지막 모퉁이를 돌자, 시야가 탁 트이며 광장의 전경이 그녀 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아직 온전한 아침의 소란으로 깨어나기 전, 마치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의 텅 빈 무대처럼, 어슴푸레한 새벽빛 아래 광장 돌바닥은 그 거대하고도 황량한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중앙에는 한때 이 도시의 번영을 상징했을 법한, 그러나 이제는 세월의 무심함과 관리 소홀 속에 그 위엄을 잃고 볼품없이 서 있는 낡은 분수대가 자리했다. 물줄기는 오래전에 말라붙었고, 물을 받아내던 석조 대야에는 푸른 이끼와 잡초만이 무성했으며, 그 꼭대기에 위태롭게 앉아 있던 포세이돈(혹은 그 비슷한 신화 속 인물이었으리라, 분수대에 한낱 익사자의 석상이 조각되어있진 않았을 것 아닌가)의 석상은 코가 떨어져 나가고 팔 한쪽이 부러진 채, 마치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처럼 처량한 모습이었다. 필경, 낮 동안에는 비둘기들의 훌륭한 휴식처이자 배설 장소로 애용될 운명이었다. 마리안느는 그 분수대를 향해 습관적으로 침을 뱉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녀에게 할당된, 혹은 그녀 스스로 오랜 세월에 걸쳐 묵시적으로 획득한, 광장의 가장자리, 북쪽 성벽의 그림자가 가장 늦게까지 머무는 그 응달진 구석으로 수레를 밀었다.


그곳은 결코 목 좋은 자리가 아니었다. 광장의 중심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도 비껴나 있었고, 햇볕도 가장 늦게 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혹은 그저 익숙함이라는 무서운 타성 때문에, 마리안느는 수십 년간 이 자리를 고수해왔다. 마치 수도승이 자신의 독방을 고집하듯, 혹은 오래된 나무가 제 뿌리 내린 땅을 떠나지 못하듯. 그녀는 짐을 부렸다. 먼저, 언제나처럼 낡은 나무 상자 세 개를 꺼내 능숙하지만 무심한 손놀림으로 조립하여 좌판의 뼈대를 만들었다. 상자들은 이미 너무 낡아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했고, 군데군데 못이 빠지거나 나무가 갈라진 곳도 있었지만, 그녀의 손길 아래서는 마치 오랜 약속이라도 한 듯 제자리를 찾아 결합되었다. 그 위에 거칠지만 깨끗하게 빨아 말린 삼베 천을 펼쳤다. 좌판 준비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장식이나 치장은 없었다. 그녀의 삶처럼, 군더더기 없이 최소한의 필수적인 요소만으로 이루어진 실용적인 구조물이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순서, 사과를 진열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수레에서 사과를 하나씩 조심스럽게 꺼내어 좌판 위에 배열하기 시작했다. 마치 전투를 앞두고 병사들을 정렬하는 노련한 지휘관처럼, 그녀의 눈빛은 잠시 날카롭게 빛났다. 가장 붉고 탐스러우며 흠집 하나 없는 최상품의 사과들은 전열(前列), 즉 손님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에 배치되었다. 그 뒤로는 약간의 흠집이 있거나 크기가 작은, 그러나 여전히 상품 가치는 있는 이등품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맨 뒤쪽,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는 전날 팔리지 않았거나 약간 시들기 시작한, 혹은 벌레 먹은 흔적이 있는 삼등품 사과들이 마치 부상병이나 낙오병처럼 처량하게 놓였다. 이것은 그녀 나름의 정직한 상술이자, 동시에 이 가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냉정한 현실 인식의 결과였다. 그녀는 헝겊 조각을 꺼내 들어, 진열된 사과 표면의 먼지나 밤새 맺힌 이슬방울을 꼼꼼히 닦아냈다. 그 손길은 기계적인 반복 동작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아주 미세한, 그녀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애착 같은 것이 깃들어 있는 듯도 했다. 이 사과들은 그녀의 땀과 시간, 그리고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희망의 결정체였으니까. 비록 그것들이 곧 한 줌의 동전과 맞바뀌어 누군가의 배를 채우거나, 혹은 그저 썩어 문드러질 운명이라 할지라도. ‘자, 오늘도 잘들 싸워 보거라.’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희 중 몇이나 오늘 살아남아 내 손을 떠날지는, 신도 나도 모르겠지만.’


그녀가 좌판을 정리하는 동안, 광장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저편에서는 거구의 빵집 주인 모리스가, 마치 밀가루 포대가 걸어 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커다란 바구니에 담긴 빵들을 그의 좌판 위에 요란하게 내려놓고 있었다. 그는 마리안느를 발견하자, 마치 겨울잠에서 덜 깬 곰이 으르렁거리듯,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런, 마리안느! 당신은 묘지의 유령보다도 더 일찍 나오는군 그래!" 그의 목소리는 광장 전체에 울릴 만큼 컸고, 그 속에는 조롱인지 아니면 그저 투박한 친근함의 표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애매함이 담겨 있었다. 마리안느는 그를 향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모리는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빵을 정리하는 데 열중했다. 그의 옆으로는 채소 장수 마르고 할멈이 시들시들한 채소들을 늘어놓으며 연신 잔기침을 해댔고, 그 너머로는 푸줏간 주인 자크가 날카로운 칼로 고깃덩어리를 쳐내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광장은 점차 그 특유의 소란스러움으로 채워져 갔다. 짐수레 끄는 소리, 좌판 설치하는 망치 소리, 서로 자리를 놓고 벌이는 낮은 언쟁 소리, 그리고 아직은 잠긴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기 시작하는 희미한 외침들. 그것은 아직 본격적인 교향악이 연주되기 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자 악기를 조율하는 듯한, 어수선하지만 어떤 생동감이 느껴지는 아침의 서곡이었다. 마리안느는 자신의 좌판 뒤에 놓인 작은 접이식 의자(이 또한 그녀만큼이나 낡고 삐걱거렸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반쯤 감은 눈으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특정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마치 먹이를 찾는 매처럼, 광장 전체를 느릿하게 훑었다. 누가 오늘은 어떤 물건을 가져왔는지, 누구의 표정이 유난히 어둡거나 혹은 들떠 있는지, 새로 등장한 경쟁자는 없는지. 그녀는 말없이 모든 것을 보고 듣고 기억했다. 이 광장은 그녀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속한 작은 세계의 축소판이었고, 인간이라는 종족의 온갖 탐욕과 허영, 어리석음과 비루함, 그리고 아주 가끔 발견되는 한 조각의 연민과 선의까지도 남김없이 관찰할 수 있는 거대한 노천 극장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극장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냉소적인 관객이었다. 새벽빛이 점차 강해지며 그녀의 주름진 얼굴 위로 금빛 가루를 뿌렸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만은 여전히 그늘진 구석처럼 차갑고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이제 곧 막이 오를 터였다.


마침내, 태양이라는 저 거만하고도 관대한 군주가 동쪽 성벽 너머로 제 위엄 있는 얼굴을 온전히 드러내자, 광장은 밤새 품고 있던 마지막 남은 냉기와 어둠의 잔재들을 투덜거리며 밀어내기 시작했다. 햇살은 마치 연금술사의 손길처럼, 지난밤의 음울했던 회색빛 돌바닥 위에 액체 상태의 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었고, 건물들의 그림자는 게으르게 몸을 뒤척이며 점차 그 영역을 축소했다. 잠들어 있던 색채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낡은 덧문의 빛바랜 푸른색, 채소 장수 마르고 할멈의 좌판 위에 놓인 순무의 창백한 자주색, 그리고 푸줏간 앞에 얼룩처럼 묻어 있는 선홍색 핏자국까지도 그 존재감을 주장했다.


이 시각적인 변화와 더불어, 광장은 이제 소리의 폭발, 아니 차라리 소음의 광란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절할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것은 단일한 멜로디가 없는, 제각기 다른 악기들이 조화는커녕 서로를 압도하려 경쟁하는 듯한 불협화음의 극치였다. 상인들의 목청은 이제 단순한 외침을 넘어, 거의 절규에 가까운 호객 행위로 변모했다. 빵집 주인 모리는 마치 천둥처럼 굵고 우렁찬 목소리로 그의 빵이 천사의 손길로 빚어졌노라(그의 손은 밀가루 반죽보다 기름때에 더 가까워 보였지만) 선언했고, 생선 장수는 간밤에 잡은 물고기의 신선함을 증명하기 위해 은빛 비늘을 번뜩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의 눈빛에는 신선함보다는 교활함이 더 어려 있었지만). 여기에 값을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손님들의 악착같고 때로는 애원조에 가까운 목소리가 뒤섞였다.


"보시오, 이 동전이 내 전 재산이오!"


"옆집에서는 이것보다 훨씬 싸게 팔던데!"


"그럼 그 잘난 옆집에 가서 사시오! 왜 엄한데서 행패요, 행패는!"


따위의, 진실과 거짓과 흥분이 능숙하게 혼합된 레퍼토리는 매일 아침 어김없이 반복되는 시장의 성가와도 같았다.


"이보게, 생선 장수! 그 농어, 눈알이 벌써 흐리멍덩한 것이 어젯밤 강가에서 건져 올린 게 아니라 지난주에 잡은 것 아니오?"


한 깐깐해 보이는 손님이 외쳤다. 생선 장수는 얼굴을 붉히며 맞받아쳤다.


"이 양반이 지금 신성한 내 생선에게 무슨 망발이오! 직접 와서 아가미라도 벌려 보시든가!"


인간의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닭장 속에서는 곧 닥쳐올 운명(필시 누군가의 저녁 식탁이리라)을 예감한 듯한 닭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듯 목을 길게 빼고 울어댔고, 임시 우리에 갇힌 돼지들은 저희의 천성인 양 게걸스러운 꿀꿀거림과 함께 진흙탕 속을 뒹굴었다. 어디선가 끌려온 염소의 처량한 울음소리, 주인의 발길질에 놀라 푸드덕거리는 거위들의 소란, 그리고 이 모든 동물들의 아우성 위로, 마치 배경 음악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장간의 둔탁하고도 단호한 망치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뒤엉켜, 살아있다는 것의 소란스러움과 혼란스러움을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냄새 또한 그 강도를 더해갔다. 이제는 단순히 빵 굽는 향기나 가축의 냄새가 아니었다. 푸줏간에서 풍겨 나오는, 비릿하면서도 동시에 어떤 원초적인 식욕을 자극하는 날것의 피 냄새, 향신료 상점에서 풍기는 이국적이고도 강렬한 향(진품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무두장이의 가죽 작업장에서 흘러나오는 역하고 시큼한 화학 약품 냄새, 그리고 이 모든 구체적인 냄새들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호흡하고 땀 흘리며 만들어내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인간적인’ 냄새—그것은 때로는 정겹고 때로는 불쾌하며, 때로는 그저 불가피한 삶의 증거였다.


마리안느는 여전히 그녀의 낡은 의자에,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의 등대처럼, 혹은 전장의 한가운데 놓인 야전 지휘관의 사령탑처럼, 미동 없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은 더 이상 광장 전체를 맹목적으로 훑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시선은 좀 더 구체적인 대상들을 향해 움직이며, 마치 외과 의사의 메스처럼 날카롭게 각각의 장면들을 해부하고 분석했다.


보라, 저기 군중 사이를 헤치며 다가오는 저 도도한 자태를. 레이디 이자벨인지 뭔지 하는 귀족 마님의 수석 하녀 쥘리엔느가 틀림없었다. 그녀는 마치 더러운 오물이라도 밟을세라 땅바닥을 거의 보지 않고 걸었으며, 잘 다려진 쥘리엔느의 하녀복은 주변의 누추한 행색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그 자체로 하나의 권위를 주장하는 듯했다. 그녀의 코는 여전히, 마치 이 시장의 모든 공기가 자신을 모욕이라도 하는 듯, 미세하게 찡그려져 있었고, 입술은 얇고 단호하게 닫혀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마리안느의 좌판 앞에, 마치 불결한 땅에 발을 딛는 것을 최대한 꺼리는 듯, 사뿐히 멈춰 섰다. 그녀의 시선은 경멸과 까다로움으로 가득 차, 좌판 위의 사과들을 하나하나 훑어 내렸다. 마치 죄수들의 얼굴을 살피는 간수처럼, 혹은 경매에 나온 노예의 상품 가치를 평가하는 상인처럼(오히려 그녀의 처지는 상인이 아니라 노예에 가깝지만).


쥘리엔느는 하얀 장갑을 낀 손(그녀는 시장에 나올 때조차 장갑을 벗는 법이 없었다)으로, 마치 멸균된 수술 도구를 다루듯, 가장 흠 없고 빛깔 고운 사과 몇 알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들어 올려 빛에 비춰보고, 살짝 돌려보며 혹시 숨겨진 흠이라도 없는지 샅샅이 살폈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코에 가까이 가져가 킁킁거리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음, 향은 나쁘지 않군. 하지만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 않은가? 균일성이 부족해."


그녀는 마치 감정이라도 하듯 중얼거렸다.


"내일 우리 마님께서 주최하시는 중요한 티타임이 있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가늘고 차가웠으며, 마치 제련되지 않은 은 처럼 차갑고 지저분하게 반짝였다.


"마님께서는 직접 담그신 아주 섬세한 사과잼을 선보이실 예정이시지. 이 사과들은 바로 그 신성한 목적을 위해 쓰일 것이다. 그러니 추호의 결점도 용납될 수 없다. 아주 작은 반점 하나, 미세한 흠집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마님의 명예뿐 아니라 내 목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단 말이다. 알아듣겠느냐, 여자여?"


그녀는 마리안느를 향해 위압적인 시선을 던졌다.


"특히 그 색깔 말이네. 마님께서는 선명하고 깊은 루비 색을 원하시지, 저런 시골뜨기 같은 촌스러운 붉은색이 아니란 말이다. 혹시 더 좋은 건 없나? 뒤에 숨겨둔 건 아니겠지?"


마리안느는 그녀의 거창한 설명과 은근한 협박, 그리고 무례한 의심을 들으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사과잼 담그는 일이 어느새 국가의 중대사라도 되었단 말인가? 마님의 명예가 고작 사과 하나의 흠집에 달려있다면, 그 명예란 얼마나 하찮고 위태로운 것인가. 루비 색? 그럼 보석상에나 가보시지 그래. 심지어 사과잼을 담글때는 그 ‘루비빛’의 껍질을 벗긴 후 담그지 않는가!’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묵묵히 하녀가 제시하는 터무니없는 가격(그녀가 부른 값의 거의 절반이었다)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이 사과들이 이 좌판에서 가장 좋은 것들이오."


그녀는 짧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하녀는 잠시 마리안느의 무표정한 얼굴과 단호한 목소리에 당황한 듯 했으나, 이내 다시 오만한 표정을 되찾았다.


"흥,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이 가격 이상은 줄 수 없으니 그리 알라. 마님의 자비심으로 이만큼이라도 쳐주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


짧은 실랑이 끝에, 결국 마리안느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동전을 받아들었다. 돈에는 귀천이 없었고, 그녀에게는 당장의 생계가 마님의 명예보다 훨씬 더 절실한 문제였다. 그녀는 하녀가 내민 동전의 무게와 상태를 능숙하게 확인했다. 간혹 위조된 동전이나 마모가 심한 동전을 섞어 내려는 자들도 있었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하녀는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쓴 듯, 동전을 마리안느의 손바닥 위에 떨어뜨리듯 내려놓고는, 신성한 제물이라도 되는 양 사과가 담긴 작은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떠나기 직전, 그녀는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음번엔 좀 더 '귀족적인' 품질의 사과를 기대하겠네. 마님께서는 천한 것들을 입에 대시는 분이 아니시니."


마리안느는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속으로 뇌까렸다. ‘저리 까다롭게 구는 것을 보니, 필시 저 여자는 제 삶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거나, 아니면 마님에게 학대당하는 불쌍한 영혼일 테지. 완벽함에 대한 집착은 종종 결핍의 다른 이름이니. 귀족적인 사과라니, 별꼴이야. 사과에 귀천이 있다면, 네년 같은 속물이야말로 가장 천한 부류일 텐데.’ 그녀는 잠시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응시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심리를 헤아려 보았다. 계급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자행되는 저런 오만과 편견은 그녀에게 익숙했지만, 결코 유쾌하지는 않았다.


한편, 광장 중앙의 저주받은 분수대 근처에서는 여전히 아낙네들의 비밀 회합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수는 대여섯 명으로 늘어나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조금 더 높아져 있었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귓속말을 주고받는 척했지만,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광장 곳곳을 훑으며 새로운 먹잇감(혹은 험담거리)을 찾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그들의 대화 일부를 들을 수 있었다.


"...글쎄, 어젯밤에도 젊은 대장장이 녀석이 그 과부 집 담을 넘는 것을 보았다지 뭐요!" 한 여자가 속삭였다.


"어머나, 세상에! 그 경건한 척하던 과부가! 그러게 내가 뭐랬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다른 여자가 맞장구를 쳤다.


또 다른 여자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뿐인 줄 아시오? 그 집 아이들 옷차림이 갑자기 좋아진 것을 보면 필시..."


그들의 말 속에는 진실과 악의적인 추측, 그리고 노골적인 질투심이 뒤섞여 있었다. 마리안느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들은 마치 전염병과도 같아. 보이지 않게 퍼져나가며 마을 전체를 병들게 하지. 허나 정작 자신들은 가장 독실하고 순결한 신자라고 믿고 있겠지.’ 그녀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이 광장의 공기를 오염시키는 독기라고 느꼈다. 그러나 그 독기마저도 이 시장 풍경의 일부였고, 그녀는 그것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녀의 역할은 심판자가 아니라, 그저 기록자—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기록을 마음속에 새기는—에 불과했으므로.


마리안느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침 햇살이 눈꺼풀 위로 따스하게 내려앉았다. 온갖 소음과 냄새, 그리고 인간 군상의 번잡함 속에서, 아주 짧은 순간, 그녀는 어떤 기묘한 평온함을 느꼈다. 그것은 행복이나 만족과는 거리가 먼, 그저 이 모든 혼돈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체념에 가까운 평온함이었다. 그녀는 이 광장의 일부였고, 이 광장은 그녀의 삶이었다. 좋든 싫든, 그녀는 이곳에 속해 있었다.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이제 곧 다음 손님이, 혹은 다음 사건이 그녀를 찾아올 터였다. 그녀는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마치 강가에 앉아 물고기를 기다리는 늙은 어부처럼, 혹은 성벽 위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는 파수꾼처럼. 시선은 다시 한번 광장을 느릿하게 훑었다. 아직은 나타나지 않은, 그러나 곧 모습을 드러낼 또 다른 인물들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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