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없이 현재를 놓아버리는 거

머무르는 생각

by 원하나

항상 보험을 두고 현재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당장 하고 싶은 것도 또는 그만두고 싶은 것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b플랜을 세워둔다. 다음 일정이 확정되고 나서야 현재를 놓아버린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로, 항상 다음의 일정이 있었다.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입사할 회사를 확정시켜 두고, 퇴사하고 싶어질 때는 이직할 회사를 확정시켜 두고 이런 식이 었다.


체력이 지친 건지, 아니면 조금 쉬고 싶었던 건지. 이상하게 다음 기약 없이 현재를 놓아버리는 선택을 했다. 용기 있는 선택이라기보다는 힘없는 선택에 가까웠다. 다음을 준비해 놓기에는 현재가 너무 뜨거워서 그냥 손을 놓아버렸다. 그 행동에 대한 수습은 당연히 지금의 나의 몫이다.


그 당시 현재, 그니까 과거의 늪에서는 빠져나왔지만 다시 다른 늪에 빠졌다. 전에는 확실히 벗어날 것이 있었다면 지금은 다시 시작해야 되는. 물론 선택의 후회는 없다.


찰스엔터님이 말씀하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도망친 곳이 낙원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지옥은 아닐 거다." 사실 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걸 대변할 만한 말을 생각하지 못했다. 저 말을 듣는 순간, 어쩌면 큰 행복보다는 불행이 없는 삶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불안한 아무 소속감이 없는 곳에 있지만, 노력은 하고 있다. 다만, 이 노력이 조금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좀 더 적은 노력과 시간으로 닿았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이기심을 부려본다.


처음 해본 선택이었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원래 선택은 하는 순간이 아닌 후에 결정된다. 후에 내가 어떻게 해결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을 후회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난 지금 그 과정에 있고, 내 선택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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