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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식 Jul 22. 2024

감정의 세계 #9

잠에서 깨어난 '슬픔'

"이제 어디로 가야하죠?"

난들 알겠는가? 그냥 무작정 앞으로 걷고 있을 뿐. 


"누구를 만나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난들 알겠는가? 누구든 만나봐야지.


질문을 하는 저 어린 녀석이 어리석은 것인지, 아니면 그 어린 녀석의 질문에 하나도 제대로 답변할 수 없는 내가 어리석은 것인가? 아니 이런 생각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다. 위를 나온 이후 우리는 한동안 적막한 길을 따라 올라야했다. 그 적막함은 외로움과 절망,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더욱 짙게 해주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 속에 갇혀있는 느낌이었다. 과연 탈출구는 있는 것일까? 지금 가는 길이 우리의 탈출구인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적막은 고통스러웠다.


심장!

심장에 도착했다. 온 몸에 피가 모이는 곳. 그러다 보니 세상 어중이떠중이가 모두 거쳐 가는 곳. 

'그래! 이 곳이라면 무언가 실마리가 있을 것 같아!'

멀리서 심장의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육중한 근육이 일정한 간격을 피를 뿜어낸다. 1분에 50번이상 움직이는 근육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않는다. 마치 기계처럼.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감정도 피로도 느끼지 못하는 저 기계같은 물건이 인간의 가장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니. 저 기계야말로 인간 생명의 상징이 아닌가? 그래서 인간은 그리도 잔혹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은 수만가지 표정을 만들 수 있는 아주 정밀한 기계가 아닐까? 


심장의 근처로 다가갈수록 우리는 강렬한 열기를 느꼈다. 저 피의 용광로에서는 쉬지 않고 2L가 넘는 피가 뿜어져나온다. 붉은 피는 용암과 같다. 저 피에는 백혈구가 잔뜩 들어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이곳에는 '슬픔'이 살고 있다고 안다. 하지만 심장 근처라 해도 '슬픔'을 만나는 일은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지독한 잠꾸러기이기 때문이다. 정말 지독한 녀석은 몇 십년동안 깨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세상 태평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덕분에 슬픔으로 온 몸이 처질 일이 없으니 다행이다. 만일 이들이 이런 습성이 없다면 장 속으로 넘어오는 음식물도 부족해질 것이고, 그러면 금새 점액도 바닥을 드러내고 우리의 삶의 터전은 철저히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모든 슬픔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왜 이런 일이 생긴거지?

거기다 '슬픔'들은 모두 감정의 나무로 향하고 있었다. 


'안돼!! 이러면 아이는 망가져 버린다고!'

난 아이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 이 아이의 몸에 건너온 후 15년을 지냈다. 어쩌면 이 아이는 나의 분신인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느낀 '기쁨'은 모두 나의 몫이었니깐. 덕분에 나도 행복했지. 아이는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한 채 잘 먹고 잘 자랐으니깐. 그래 우리는 한 몸이나 다름없어. 너가 기쁘면 나도 기쁘고 너가 건강하면 나도 건강해지고. 너가 태어난 후 난 한번도 너늘 떠난적이 없어. 난 항상 너 였다고!


'안돼! 막아야해! 이 아이를 지켜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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