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사나를 기다리며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by 제이식

회사에서 운영하는 피트니스 센터는 인기가 많다. 사내 피트니스 회원이 되면 언제든지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가, 스트레칭, 타바타 같은 GX 프로그램까지 '공짜'이기 때문에 항상 대기자들이 넘쳐난다. 나도 회원 신청을 하고 정식 회원이 되기까지 무려 6달을 기다려야 했으니까...


6달의 기다림 끝에 피트니스 회원으로서 첫 입장!

탈의실에 입장 전 먼저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키오스크를 통해 락커 번호를 배정받아야 했다. 지금까지 허름한 아파트 헬스장만 들락날락했던 나에게 이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원증을 체크하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탈의실 한쪽 벽은 운동복들과 수건들이 사이즈별로 깔끔하게 정리된 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좀 더 안쪽에는 락커들이 빙 둘러 늘어서 있었는데 큼지막한 락커 문을 열자 옷걸이 두 개가 얌전하게 놓여있다. 여기에 밝은 조명과 뽀송뽀송한 카펫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이건 마치 5성급 호텔 사우나 같은 느낌이다.(호텔 사우나에 가본 적은 없지만, 왠지 이런 모습일 것 같다.)


옷을 갈아입고 2층 헬스장에 들어섰을 때도 감탄은 이어졌다. 넓은 실내에는 왠지 모르게 운동이 더 잘 될 것 같은 기구들이 열을 맞춰 늘어서 있었고, 한쪽 벽은 러닝머신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대수도 많지만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서 비어있는 머신은 찾기 어려웠다. 허리 때문에 마음껏 달릴 수 없는 나로서는 달리는 모습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 때문에 그토록 사내 피트니스 회원이 되기를 갈망한 것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요가 수업이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할 때부터 몸의 유연성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동작을 하고 있는 건지? 뭔가 디테일한 부분에서 놓치는 것은 없는지? 항상 미심쩍고 궁금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꼭 요가 수업을 받아보고 싶었고, 이제 바로 그때가 되었다!


6시에 시작하는 요가 수업을 기다리며 헬스장에서 어물쩡거리다 GX룸으로 올라갔다. 요가 수업은 인기가 좋았다. 한 20명 정도 들어가는 GX룸이 빈틈없이 찼다. 그래도 다행히 나만 남자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나와 비슷한 연배의 아저씨들이 몇몇 있었다. 이 공간에서 내가 독특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큰 안도감을 주었다. 그 반대의 상황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GX룸에 들어서서 가장 구석자리에 잽싸게 요가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가장 눈에 안 띄는 자리이다. 아닌 척하긴 했지만 사실 굉장히 긴장한 상태였다. 최대한 '초짜'티를 안 내려고 부단히 눈치를 보는 중이다. 앞자리에 있는 사람이 신발을 벗고 요가매트에 앉아 양발을 모은 채 허리를 접어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똑같이 따라하려 했지만 뻣뻣하게 굳은 몸은 공벌레처럼 동그랗게 말리기만 한다. 요상한 자세를 남들에게 들키기 전에 얼른 숙였던 허리를 바로 펴고, 괜히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태연히 몸을 푸는 척한다. 그때 요가 선생님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면서 들어온다. 앞줄에 있는 사람들과는 구면인지 따로 눈인사를 주고받는다.


'다들 잘 아는 사이인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위축된다. 나 홀로 이방인이 된듯한 느낌.


'그럼 다들 새로 온 나를 의식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윽! 생각만 해도 싫다.


요가가 시작되었다.

처음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양다리를 벌린 채 허리를 숙여 발끝을 잡아야 하는데, 내 손은 아무리 뻗어도 발목까지 밖에 안 간다. 혼자서 아둥바둥하고 있는데, 요가 선생님이 무리하지 않고 손이 닿는 곳까지만 뻗으면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위안을 삼으며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를 보고 했던 말 같기도...


이제 본격적으로 요가가 시작되었다.


“두 손 모아서 머리 위로 올리면서 숨 들이마시세요”

선생님이 앞에서 설명과 함께 동작 시범을 보이면 곁눈질로 보고 잽싸게 따라 한다. 두 손을 합장하고 코로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모든 우주의 기운이 내 가슴으로 모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우타나사나, 양팔 내려서, 손바닥으로 땅을 짚습니다."

'손바닥으로 땅을? 손끝도 안 닿는데?'


"안되시는 분들은 무릎을 살짝 구부리시고요."

'다행이다. 초보자를 위한 자세가 있었군.'


"최대한 무릎은 펴주세요"

'윽! 원래 안 되는 거였구나.'

무릎을 펴기 위해 안간힘을 쓰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두 발 뒤로 보내주시고요. 플랭크. 천천히 내려갔다가 상체만 밀어 올려주시고요. 그다음은 다운독."

쉼 없이 이어지는 자세를 따라가려니 눈도 바쁘고 몸도 바쁘다.


"양손으로 바닥을 세게 밀어 엉덩이는 뒤로, 발바닥은 땅을 꾹 눌러주세요."

어렵사리 진도를 쫓아갔는데 또 발바닥이 땅에 닿지를 않는다.


"내쉬는 호흡에 양손으로 더 세게 밀어주세요"

시키는 대로 호흡을 하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아직도 발바닥은 바닥에서 한참 떠 있다. 그때 언제 왔는지 요가 선생님이 옆에 와서 허리를 지그시 밀어준다. 자세는 조금 나아졌지만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매트 위로 땀방울은 쉼 없이 뚝뚝 떨어진다.


"자, 다시 양발 앞으로 와주시고요. 두 손 모아서 합장합니다."

다시 처음 자세로 돌아왔다. 우주의 기운을 느끼며 평화롭게 시작했지만 거친 숨과 비 오듯 흐르는 땀과 함께 돌아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나만 혼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어깨를 으쓱해 턱을 따라 흐르는 땀을 훔쳐냈다.


요가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쉬운 동작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계속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술 마신 사람처럼 비틀거리기 일쑤였다. 티 내고 싶지 않지만, 계속 초짜 티가 난다. 온몸은 땀범벅이 되어 있었고, 언제부턴가는 부끄러움도 잊어버렸다. 어서 이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어서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자, 이제 앉아서 천천히 뒤로 누워주세요."

'웬일이지? 이제 좀 살만하네. 이제 끝난 건가?'


"두 다리를 하늘 위로 뻗어주시고요. 허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두 다리를 머리 뒤로 넘겨주세요.'

'뭐라고? 두 다리를 어디로?'

난 내 두 귀를 의심했다.

'그게 가능하다고?'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다리를 머리 뒤로 넘기기 시작한다.

'후! 한번 해보자!'

마음을 굳게 먹고 배에 힘을 잔뜩 주고 허리를 말아 올리며 두 다리를 머리 쪽으로 밀어 보낸다.

하지만 힘이 부족한 건지 용기가 부족한 건지 두 다리는 머리까지 가지 못하고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다. 그때 선생님이 조용히 내 옆에 다가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쉬셔도 돼요."

이방인을 향한 선생님의 따스한 배려 덕분에 가장 힘든 마지막 동작은 편안히 넘어갈 수 있었다.


"사바사나(시체자세), 누워서 눈을 감고 휴식합니다."

요가수련의 마지막은 시체자세였다. 이건 따로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난 그때 이미 '시체' 그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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