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제일의 명산 계룡산 국립공원은 1968년 우리나라 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65.335㎢이다.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847m)을 중심으로 16개에 달하는 봉우리 사이에 약 10개의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산의 능선이 닭의 벼슬을 쓴 용의 모습과 닮아 계룡(鷄龍)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계룡산은 산세가 아늑하면서도 변화무쌍하고 서울, 대전 등 대도시에서도 일일 탐방이 가능해 연중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뛰어나 조선의 수도로도 거론되었으며 나라의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산이기도 하다.
-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계룡산에 관한 글 -
역마살이라도 낀 것인가?
화창한 날을 보니 또 산이 마렵다. 발동이 걸려서 팔과 다리는 근질근질하고 가슴은 콩닥콩닥거린다. 결국 또 한 번 온갖 감언이설로 식구들을 꼬드기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계룡산으로 간다. 때는 11월의 첫 주이다.
새벽부터 부산을 떤 덕에 일찌감치 계룡산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갑사에서 출발해서 삼불봉까지 올라갔다가 그 길 그대로 다시 내려올 계획이다. 아마 계획대로 된다면 대략 6km 정도를 걷게 될 것이다.
갑사로 가는 길
꼬맹이들이 갑사에서 출발하자마자 후다닥 다람쥐들처럼 뛰쳐나간다. 둘이서 내기라도 했나 보다. 서로 질세라 사력을 다해 뛰쳐 올라간다. 저러면 한 놈은 이겨서 기세 등등하겠지만, 한 놈은 진 게 분해서 토라질게 눈에 선하다. 그렇다고 저런 놀이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삐쳤다가도 금세 풀릴 것이고, 이마저도 못하게 하면 새벽잠 깨워서 여기까지 데려온 나를 원망할 테니 하고 싶은데로 놔두는 게 상책일 것 같다.
시합은 아직 힘이 한참 모자란 둘째가 질게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제 딴에는 누나를 이겨먹겠다고 죽어라 뛴다. 한 번쯤 첫째가 적당히 져줘도 좋겠건만, 인정사정 봐줄 녀석이 아니다. 승부는 뻔해 보이는데 그걸 모르는 건 둘째 녀석뿐이다. 누이의 농간인 줄도 모르고 아슬아슬하게 진 게 분하고 아쉽기만 한가보다.
아침부터 웬 기운이....
계룡산의 산길은 재미지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데 변화무쌍 하기까지 하니 산을 오르는 맛이 난다. 꼬맹이들이 놀이터에 온 것 마냥 신나 하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징검다리는 껑충껑충~!!
용문폭포에 도착해서는 잠시 쉬어간다. 아침도 거르고 산을 오르니 출출해졌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군것질 보따리를 풀어 요기를 한다. 요번에는 넉넉히 주전부리를 채워와서 배곯을 걱정은 없다.
용문폭포에는 물이 졸졸졸~
두 꼬맹이들이 또 무슨 작당모의를 한 게 틀림없다. 둘이서 수군수군거리더니 냅다 뛰어올라간다. 행여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 천천히 올라가라고 뒤통수에 대고 소리쳐 보지만, 들어먹을 녀석들이 아니다. 저만치 가는가 싶더니 이내 보이지도 않는다. 부지런히 따라 올라가면 바위에 걸터앉아 빤히 엄마, 아빠를 내려다보다가 거의 왔다 싶으면 또 냅따 뛰어올라간다. 엄마, 아빠 골탕 먹이겠다는 심산이 틀림없으리라.
요것들아 아빠 가면 또 뛰어갈 거지?
요 녀석들아, 그래 봤자 너네만 힘 빠지지. 인생도 등산도 페이스 조절이 필요한 거라고!
산에는 고요하고도 은은한 햇살이 내린다. 내려오는 햇살을 나무들이 갈라치면 그늘과 양지가 분간되어 명과 암이 만들어지고, 조각빛이 닿은 자리마다 녹음이 드러나고 영롱한 빛깔이 태어난다.
산과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선물이다. 산의 가장 예쁜 한때 한시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하늘이 허락했으니 이건 필시 축복이다. 단지 내가 수고했다고 항상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지 않게 정상까지 왔는데 올라와보니 삼불봉은 인산인해다. 정상석 뒤로 긴 줄이 만들어졌고, 사진 한 장 찍으려면 그 줄 제일 꽁무니에 가서 서야 한다. 한참을 기다려 차례가 되어도 넉넉히 사진을 찍을 여유는 없다. 속전속결로 사진 찍고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뜸 들였다가는 바로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꽂힌다. 후다닥 셔터를 눌러대고 일단 정상석을 내어준 뒤 사진을 확인해보니 건질만한 게 없다. 아쉬워도 어찌하리!
아! 정상석에서 찍은 사진이 왜 이렇담!!!
민족의 영산(靈山)이라고 불리는 이 산은 예전부터 도사들이 기를 받으러 자주 찾는다 한다. 산의 영험한 기운을 빌어 인생을 꿰뚫어 보고,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재주는 터득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계룡산의 맑은 지기(地氣) 한아름 충전하였으니 이제 소인들은 하산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