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남도의 금강, 월출산

#월출산 #100대명산 #월출산국립공원 #가족등산 #남도의금강

by 제이식

월출산으로 가다.


봄이 오는 길을 따라 잰걸음으로 마중을 나갔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어디까지 갔는고 하니 영암이라는 곳까지이다. 영암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땅끝마을 해남이고, 서쪽으로는 목포와 경계를 맞대고 있으니, 이보다 더 멀리 마중을 나가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수고로운 만큼 보람은 있다. 봄과 부쩍 가까워져서인지 날은 따사로웠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다. 등산하기에는 딱 좋은 날이다.


영암의 월출산은 남도의 금강이라 불린다.

남도의 너른 들판에서 불쑥 병풍처럼 등장하는 월출산을 마주했을 때, 왜 사람들이 그리 부르게 되었는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땅 위에 불쑥 솟아있는 모양새가 마치 크고 날랜 짐승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 마냥 웅장하고도 위압적이었으며, 군데군데 드러낸 커다란 바위는 우락부락한 근육을 연상케 했다. 웅장한데 조화롭고 운치도 있다. 비록 금강을 실물로 영접한 적은 없으나, 한반도 제일의 명산이라 불리는 그곳과 견주어도 가히 손색이 없으리라 짐작된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남도의 금강, 월출산



산이 깨어나고 있다.


연하디 연한 초록 옷을 살짝 두른 봄의 월출산은 태동하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지난겨울 꽁꽁 얼어붙어 옴짝달싹 않았을 계곡도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갓 잎사귀를 움 틔운 나뭇가지에서는 싱그러운 향이 전해온다. 따사로운 볕이 닿는 자리마다 생명들이 소생하고 있다. 산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산이 깨어나고 있다!



월출산을 오른다.


남도의 금강이라 하더니 과연 산세가 만만치 않다. 꼬맹이들에게는 영락없는 암벽등반이다. 내놓으라 하는 명산들마다 거뜬하게 올랐던 꼬맹이들이라 월출산도 너끈하리라 생각했지만, 산세가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적잖이 당황스럽긴 했으나, 그래도 조그만 손으로 야무지게 바위를 움켜쥔 채 몸을 찰싹 붙이고 산을 오르는 꼴이 참으로 용하다. 그렇다고 힘이 안 드는 것은 아닐 터이다. 결국 얼마 못가 쉬어갔다. 꼬맹이들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산세일 텐데 지친 기색은 보여도 놀라거나 무서워하는 기색은 안 보이니 그래도 해볼 만하겠다 생각했다.

이건 거의 암벽 등반이나 다름없다고!!
잠시 쉬는 시간 초코바로 급속 당 충전!
우리 가족 모두 무사히 정상까지 갈 수 있기를... 제발...


남도의 금강


역시 허명이 아니다. 바위들과 씨름하느라 여기가 남도의 금강인지 뒷동산인지 느껴볼 새도 없이 코 앞의 바위들만 바라보고 올라왔지만, 육형제봉 앞에 다다랐을 때, 월출산은 왜 여기가 남도의 금강이라 불리는지를 다시 일깨워주었다. 기암들이 절묘하게 연출해낸 육형제봉도 장관이지만, 육형제들의 시선을 따라 산 아래로 고개를 돌리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두 다리 쭉 뻗고 배낭에서 김밥 한 줄 꺼내 맛을 보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뷰(view) 맛집이 없다.

여섯 명의 형제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육형제를 바라보며 김밥 한 줄 뚝딱~!!



결국 둘째는 울음을 터뜨렸다.


육형제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을 만큼 높이 올라왔지만, 아직도 정상까지는 한참 남았다. 슬슬 체력이 떨어져 가는 둘째는 좀 위태위태해 보였다.


"얼른 올라가자! 나중에 해 떨어지고 어두워지면 큰일 난다!"


좀 더 힘내서 정상까지 가보자고 한 말인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둘째의 울음보가 터졌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엉엉' 우는 소리는 서럽기 그지없다.


'여기까지인가?'

짧은 두 팔과 다리로 용케도 여기까지 왔지만 더 이상은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정상을 코 앞에 두고 돌아가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저 어린것이 힘들어서 저리 우는데 참고 올라가자 하기도 그렇고, 이도 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다.

그때 엄마가 살살 달래 본다. 사실 둘째는 몸도 힘들긴 했지만 해 떨어지고 산에서 길을 잃는 것이 몹시 겁이 났던 모양이다. 빨리 올라가야겠구나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니 안타까운 마음에 울음보가 터졌던 것이다.


아이고아이고! 그런 줄도 모르고, 아빠가 미안하단다.

이제 조금만 더 힘 내보자. 정상이 코 앞이다!


아직도 갈길이 너무 멀다고!
한바탕 통곡을 하고 통천문을 지나다.



해발 809m, 천황봉에 오르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의 '통천문'을 지나고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드디어 '천황봉'이 나온다. 해발 809m, 정상이다. 기록을 중시하는 둘째는 죽을 둥 살 둥 기를 쓰고 올라온 곳이 고작 800m 정도라는 것을 알고는 실망한 눈치이다.

그래도 역시 정상은 정상이다. 날이 좋아 영산강이 집 앞 개울 마냥 훤히 보이고, 멀리 바다까지 희미하게 내려다 보인다. 이 절경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으려 이쪽저쪽 뛰어 당기고 있으니, 둘째는 해 떨어지기 전 산을 내려갈 수 있을까가 걱정이다. 얼른 내려가자고 보챈다. 아이고 그놈의 입방정!


그래도 짧게나마 정상을 즐겼으니, 기쁜 마음으로 하산한다. 그런데 정말 산을 내려와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둘째의 걱정이 기우는 아니었나 보다.


결국 천황봉까지 왔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 우리 꼬맹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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