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바다와 다시 만났다. 해파랑길을 걸었다. 간절곶으로 향했다. 하늘과 바다는 경계를 잃고 본래 하나처럼 존재했다.
당신을 가슴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슴이 뛴다. 이 아름답고 순수한 감정을 나는 걸을 때 느꼈다.
하루가 멀어질수록 가슴 뛰는 감정도 함께 멀어졌다. 처음만큼 가슴 뛰지 않는다. 부모님이 처음 데려갔던 놀이공원, 평생 우정을 약속했던 친구들과의 첫 여행, 여자친구와 함께한 첫 데이트. 전날 밤, 밤잠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가까스로 잠들었던 떨림. 대학 입학, 공모전 입상, 취업, 이직. 인생에서 처음 겪어본 성공,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근거림. 그때의 떨림과 두근거림이 멀어졌다. 매일이 똑같다고 느끼는 지루한 일상이 다가왔다. 그러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 새각 없이 오갔던 길을 걸었다. 평소보다 느린 걸음이 유일한 차이였다. 대단한 차이도 아니었는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푸른 액자에 걸려있는 흰 구름이 보였다. ‘와, 날씨 좋다’ 기분이 좋아졌다. 초록 잔디밭을 뛰노는 강아지가 보였다. ‘엄청나게 신났구나!’ 기분이 좋아졌다. 익숙한 풍경은 새로운 풍경으로 바뀌었다. 또 어떤 것이 있을지 두리번거렸다. 내 왼쪽 가슴에 자리 잡은 드럼이 점차 소리를 키웠다. 새빨간 드럼이 뛰었다.
가슴 뛰게 한 걷기는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했다.
세상 곳곳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두 눈에 담고 싶어. 사람들에게도 알려고 싶어
빨리 가면 지나칠 수 있다. 느리게 가면 보인다. 나에게 걷기가 다시 보인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걷기 같은 존재가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고 꼭 가슴 뛰는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슴 뛰는 일이 없다고 해서 전혀 잘못될 것도 없다. 그냥 무료하게 생각하는 여러분의 일상에 새로운 색깔이 입혀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