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날카로워진 바람은 얼굴을 세게 쳤다. 이제 버스 정류장에서 잠깐 쉬기가 어려워졌다.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바람이 허락지 않았다.
고성 시내까지 버틸 수 있던 것은 선물 받은 동지팥죽 덕분이었다. 이틀 전, 여행경비와 관련된 고민을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그저 내 감정을 해소하고자 적었다. 밤 10시였다.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선물을 확인해 주세요.' 갑작스러운 카톡 알림에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전 직장 동료에게서 온 선물이었다. 팥죽을 먹으면 액운이 사라진다는 소소한 의미와 함께 동짓날 선물이 찾아왔다. 그리고 인생 선배, 형으로서의 선물이 이어졌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
울컥하고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다. 때론 가볍게 건넨 마음이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어디까지 가세요? 태워다 드릴게요"라는 마음, TV에서만 보던 사람을 직접 만날 줄이야!”라며 기뻐하는 마음, “내가 딱히 줄 건 없지만 이거라도 받아~”라며 건넨 두유 하나. 본인이 가진 가장 큰 힘을 내게 주었다. 그것은 '진심'이다. 이보다 더 값진 것은 없었다. 상냥한 말 한마디가, 반가움에 건넨 손 하나가, 목마를까 봐 건넨 두유 하나가 나아갈 힘이 되었다. 이 길을 떠나면서 잘 버틸 수 있던 것은 곁에 있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들은 내게 응원으로, 선물로, 만남으로, 다양한 형태로 힘을 주었다. '우리', 사람은 함께이기에 강해질 수 있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함께이기에 투쟁하고, 변화하고, 결국 발전했다. 혼자 힘으로 이룬 것은 없다. 우리이기에 행복하고 가장 '나'답게 존재할 수 있다.
우리도 이미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있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식당 점주와 점원에게, 대중교통 기사에게, 직장 동료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감사합니다'라며 감사를 전한다. 가벼운 언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이 오늘을 살게 하고 내일을 꿈꾸게 한다. 가볍게 툭 진심을 전해보길 바란다.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