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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착각

by 김규민


사랑하니까 좋아하려고 합니다.

좋아하니까 밀어주려고 합니다.


잃기 싫으니까 잊으려고 합니다.

잊으려고 하니 생각나려 합니다.


이건 분명 이별은 아니지만서도

당신이 싫어진 것도 아니지만서도

당신에게 저는 평소의 저겠지만서도


내 마음의 유리잔

빨갛게 달아올라

이제는 담을 수 없는

접시가 되어

올려만 둘 수 있는

접시가 되어


잊어버릴 수 있을까 당신을 좋아할 수 있을까.

당신과의 만남은 나에게 아픔이 될까.

나만 아픈 고문이 될까.

잊어버려도 될까.

어렵다


어렵다

상냥했던 착각

그 착각을 배경으로

행복했던 기억들은 주마등처럼

그 감정에는 분명 일말의 가식도 없었기에


어렵지요

어렵고 말고요


어쩌면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상냥했던 착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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