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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소금

by 김규민

바람이 올려줄 때면

항상 친구들과 뭉쳐서

떨어지곤 했지요


차갑게 하얗게 변해서

하늘에 떨어지는 건

태어나서 처음인데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멋집니다

심지어는 떨어질 때도, 아 항상 부러워하던 민들레처럼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이 순간만큼은 저도

쌓인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포근하고 아늑한 세상—


하늘에서 친구들이 떨어집니다

유난히 빠르게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눈송이

내 위에 떨어져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저는 녹아요

만나서, 녹아요

형태를 잃고

무늬도 잃고

온도도 잃었는데

뻔뻔한 당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저 그렇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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