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올려줄 때면
항상 친구들과 뭉쳐서
떨어지곤 했지요
차갑게 하얗게 변해서
하늘에 떨어지는 건
태어나서 처음인데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멋집니다
심지어는 떨어질 때도, 아 항상 부러워하던 민들레처럼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이 순간만큼은 저도
쌓인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포근하고 아늑한 세상—
하늘에서 친구들이 떨어집니다
유난히 빠르게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눈송이
내 위에 떨어져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따끔.
저는 녹아요
만나서, 녹아요
형태를 잃고
무늬도 잃고
온도도 잃었는데
뻔뻔한 당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저 그렇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