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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꼬마리

by 김규민

도꼬마리는 도꼬마리입니다

바람에 날아가기 싫다고

저들끼리 붙어서는

놓지 말라고

헤어지지 말자고

갈고리 같은 손을 맞잡습니다


도꼬마리는 도꼬마리입니다만

혼자 남겨지면

도꼬마리는 도꼬마리가 아니게 됩니다

혼자 남겨진 도꼬마리는

그저 한없이 바람에 날려

정처 없이 세상을 굴러다닙니다


겁을 먹은 도꼬마리

갈고리 같은 손을 뻗어

누구라도 잡아주길 바라지만

손을 잡아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고—


바람에 날리며 방황하던 도꼬마리

마침내 세상의 끝에 도착합니다

마침내 멈출 수 있다고 안심합니다

손이 없어도

멈출 수 있구나 하고

잡아주지 않아도

멈출 수 있구나 하고


하얀 벽은 말없이

그저 서있는 것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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