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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생기는 의문

by 김규민

참 신기한 일이다

바람은 분명히 보이지 않는데

그들이 어딜 가고 싶어 하는지

나는 알 수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나뭇잎과 모래와 소나기와 풀들이

몸을 비틀어가며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들 없이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옷을 입으면 존재만은 증명되는 알몸의 투명인간처럼

바람은 어쩌면, 투명한 게 아닐까

물보다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

그래 물보다 투명한 자연물이 여기 있었구나

어째서 사람들은

물처럼 투명하다는 표현을 쓸까

물보다 투명해서

자신의 아름다웠을 형태마저 잃은 존재가 눈앞에 있는데


바람의 탄생을 본 적이 없다고 나는 말한다

바람은 어디서 태어날까

지나가는 바람은 죽은 것이 아니라고 나는 주장한다

바람은 어디서 죽는 걸까

어느 날의 스쳐가던 흙내음을 품은 바람이 그리워진다

바람도 윤회할까


바람은 언제나 내 곁에

다만—

집안의 나는 바람의 존재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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