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다
바람은 분명히 보이지 않는데
그들이 어딜 가고 싶어 하는지
나는 알 수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나뭇잎과 모래와 소나기와 풀들이
몸을 비틀어가며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들 없이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옷을 입으면 존재만은 증명되는 알몸의 투명인간처럼
바람은 어쩌면, 투명한 게 아닐까
물보다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
그래 물보다 투명한 자연물이 여기 있었구나
어째서 사람들은
물처럼 투명하다는 표현을 쓸까
물보다 투명해서
자신의 아름다웠을 형태마저 잃은 존재가 눈앞에 있는데
바람의 탄생을 본 적이 없다고 나는 말한다
바람은 어디서 태어날까
지나가는 바람은 죽은 것이 아니라고 나는 주장한다
바람은 어디서 죽는 걸까
어느 날의 스쳐가던 흙내음을 품은 바람이 그리워진다
바람도 윤회할까
바람은 언제나 내 곁에
다만—
집안의 나는 바람의 존재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