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날
구름이 지배한 하늘은 하얀색
고양이는 늘 보던 자리에 있고
일 년만 지나도
미지근했던 날들은 기억해내지 못하겠지
몇십 년을 살아도
기억에 남은 건 뜨겁고 차갑고 따뜻하고 시원했던 기억들
어쩌면
온도에 기반한 인간은
단명종이 아니겠습니까
뜨겁고 따뜻하고
차갑고 시원한 사람들과 만나면
오래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안 좋은 일만 잊고 싶은데 안 좋은 일만 지울 순 없고, 즐거운 일만 쌓고 싶은데 즐거운 일을 소중히 담고도 싶고. 하나둘 나이를 먹어도 깨닫는 거라곤 시간이 빠르다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