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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다치게 하고 싶어서

by 김규민

흉터라는 건 신기하지, 생각해보면

세상이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어떻게든

정말 어떻게든

나에게 자신을 세긴다

세상은 죄책감을 느낄 거야, 분명

슬퍼하며 나에게 흉터를 남기겠지

슬퍼하며 나에게 병을 주겠지


그러나 나는 슬퍼하지 않으며


너에게

남몰래, 너에게 들키지 않게

너에게 흉터를 남긴다

웃으며- 너를 상처입힌다

나를 잊지 않도록

네가, 나를 기억하도록


추억이라는 흉터를 위해, 사랑이라는 칼을 숨기고

저지르는, 나의 비밀스러운 공작에

다만 너는 웃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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