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일 - the Starter Saving Day
두 달 동안 냉장고에서 서서히 질식해 죽어가던 발효종(Starter)을 드디어 구해 내기로 한다. 윗 표면부터 까맣게 먹어들어 가고 있는 발효종을 위에서 부터 숟가락으로 걷어내며, 맨 바닥에 아직 뽀송뽀송한 베이지색으로 살아있는 부분을 한 큰술 (2/3 T)쯤 따로 떠 냈다. 25도씨 정도 미지근하게 데운 물 한 큰술 (1.2Τ)과 새로 개봉한 강력분 밀가루 크게 한 큰술 (1.2Τ)을 함께 섞어주고 그릇째 잠시 천으로 덮어 두었다. 불려 둔 유리병을 씻어 옮겨 담을 것이다.
지난 1월 24일 있었던 46주기 기일은 완벽했다. 덕분에 오늘은 김재문(金在文, 1932년 12월 1일 ~ 1979년 1월 23일)씨의 만45년 54일의 생애를 추억하기 꼭 알맞은 시간이 되었다. 입춘을 하루 앞둔 일요일, 모든 새로운 질문과 대답의 시작(始作)에 딱 좋은 날이다.
두 통의 전화로 마음이 가볍다. 두 줄 타래를 꼬아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숙성 반죽이 금방 황금빛 꽈배기로 튀겨 나온 듯한 기분 좋은 냄새를 맡은 것 같다. 24일의 기일과 그 삼일 뒤에 있었던 어떤 생일에 관한 뒷얘기였다. Β와 Μ의 한결같은 고운 마음씨에 숙연해 진다.
문득, 죄값으로 형을 마지고 옥(獄)을 나온 자유인과 방종의 길 끝에서 드디어 형(刑)을 받기 위해 갇힌 죄인 - 이 두 사람이 영화처럼 서로를 스쳐지나는 장면 하나를 상상해 본다. 둘은 한 사람이며, 교차하는 시각은 지금이다. 갑진년 비상계엄령 소란에 질식할 것 같던 두 달 남짓의 시간은 뒤엉켜 녹아버린 두 줄 엿가락 같은 특별히 엄청나게 잘못된 완벽한 문제적 특수 상황을 선물해 주었고, 그 안에 갇혀버린 마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조용히 썩어가던 우리밀 발효종이 임종 직전 내지른 소리없는 마지막 호흡이 불러 일으킨 영감이다.
토요일 저녁 근처 동네 마트에서 사 온 백설 강력분에 찍힌 "2025년 12월 17일 14:19 김경수 Α" 소인이 이제 깨끗한 유리병 안에 담겨 방안 따뜻한 구석에서 새근새근 잠든 이 Saved Starter의 출생증명서를 대신하면 되겠다. 며칠 잘 돌보면 빵이나 피자 도우를 만들 향긋하고 건강한 스타터가 되어 줄 것이다.
다 잘 될거야.
금요일 오후, 14:11 기차를 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던 순간 가만히 속삭여 주시던 요도꾸 테이 여사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잊고 있었던, 언제나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여사님의 고향 시종(始終)에 가야 할 일이 생각 난다. 곧 시간이 나지 않을까.
열 두 동이 드는 항아리들아, 기다리고 있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