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 천둥번개 말없이 물러가니
깊어가는 밤이 더없이 고요하다.
종일 떠들던 TV는 까무룩 잠들었고
책상 위 휴대폰은 미동조차 없다.
선풍기 소리만 ‘웽웽’ 침묵을 훼방할 뿐
세상은 점점 침묵에 묻혀간다.
소리없는 벽시계가 ‘스르르’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달리자
침묵이 슬며시 내게 말을 걸어온다.
“지금 뭐 해?”
“참, 옛날에 뭐 했더라? “
“앞으로 뭐 할 일 있어?”
그 물음이 하도 갑작스러워
즉답을 못하고 어슴프레 창문에 비친
‘희끗희끗’ 중년을 본다.
“지금 뭐해야지?”
“지난날 한 게 뭐지?”
“앞으로 뭘 해야지?”
밤을 지나 날은 밝아오고
침묵조차 더 이상 말이 없는데
선풍기 소리만 ’웽웽‘
고요한 새벽을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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