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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원소+생명체+자기인식+사회적 존재

by 생각전사

사람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가? AI에게 물었다. 인간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는 11가지라고 답했다.


제일 많은 원소는 산소(O)다. 약 65%로 주로 물(H₂O)과 유기분자에 존재한다. 두 번째가 탄소(C)로 약 18%로 생체 분자(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의 기본 구조를 이룬다. 수소(H)는 약 10%로 물과 유기분자에 포함되어 있다. 질소(N)는 약 3%로 아미노산, 단백질, DNA, RNA 등에 필수적이다. 칼슘(Ca) 약 1.5%는 뼈와 치아의 주성분으로 근육 수축과 신경 전달에도 관여한다. 인(P) 약 1%는 DNA, RNA, ATP, 뼈 등에 존재한다. 칼륨(K) 약 0.2%는 세포 기능, 신경 전달, 근육 수축에 필수다. 황(S) 약 0.2%는 단백질 구조에 필요한 아미노산의 일부이며, 나트륨(Na) 약 0.1%는 체액 균형, 신경 기능 등에 중요하고, 염소(Cl) 약 0.1% 위산(HCl) 형성, 세포 내외 이온 균형 유지에 관여한다. 마그네슘(Mg) 약 0.05%는 효소 작용, 뼈 건강, 에너지 생성 등에 필요하다. 이 외에도 철(Fe), 아연(Zn), 구리(Cu), 요오드(I) 등은 미량 원소로서 매우 적은 양이지만 생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우리 몸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원소가 생명체는 아니다. 생명체(living organism)는 생물학에서 정의하는 기본 특성을 충족해야 한다. (1) 세포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다. 사람은 약 37조 개의 세포(Cellular Organization)로 이루어져 있다. (2) 물질대사(Metabolism)를 한다. 음식물을 섭취하고 소화하여 에너지를 얻으며, 노폐물을 배출한다. 이화작용(분해)과 동화작용(합성)이 모두 일어난다. (3) 항상성 유지 (Homeostasis) 기능이 있다. 체온, 혈당, 체내 수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4) 자극에 반응 (Response to Stimuli)한다. 빛, 소리, 통증 등 외부 자극에 감각기관과 신경계가 작동한다. (5) 성장과 발달(Growth and Development)을 한다. 세포 분열과 분화를 통해 유아 → 청소년 → 성인으로 성장한다. 물론 노화도 진행된다. (6) 생식(Reproduction) 기관을 통해 유전 정보(Genetic Code)를 보유하고 전달한다. DNA에 유전 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며, 세대로 이어진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서 닮은 꼴을 찾아내고는 감동하는 이유가 된다. (7) 진화 가능성(Capacity to Evolve)이다. 인류는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유전적 다양성을 가진다. 이 기준들은 단순히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세균, 동물, 식물 등)에 적용되는 보편적 기준이다. 사람은 생물학적 특성과 기능적 조건 모두를 충족하는 전형적인 생명체다.


사람은 원소로 구성된 단순한 생명체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상의 존재다. 바로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이다. 사람이 사회적 존재라는 것은 혼자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사회구성체를 이루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다. 사회적 존재로서 사람은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성장하고 발전한다. 언어, 문화, 가치관, 규범 등은 모두 사회를 통해 배우고 내면화한다. 사회 구성체로서의 개인은 단순한 개체가 아니라, 가정, 학교, 직장, 국가 같은 사회 제도의 구성원이며, 그 사회 속에서 역할(예: 부모, 시민, 직장인 등)을 수행하며 책임과 권리를 가진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년~322년)는 “인간은 본성상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고, 마르크스(Karl Marx,1818–1883)는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합”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인간이 개인적 자아 이전에 사회 속 관계와 구조에서 형성되는 존재임을 강조한 것이다. 오늘날 인간은 단지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정체성·역할·윤리·법적 지위를 지닌 복합적 사회 구성체로서 정보화 사회, 네트워크 사회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관계 속에서만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신을 창조했는가? 이 문제는 다윈의 진화론으로 결론이 났다고 보이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해묵은 논쟁으로 남아 있다. 다양한 생각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그것이 매년 피고 지는 꽃처럼 반복되는 것이 인간세상인 듯하다.


종교를 가진 이들은 사람을 당연히 신의 피조물로 여긴다. 신을 경배하고 신의 은총에 기뻐하며 신의 노함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이 세상이 아니라 고통이 없고 기쁨만이 존재하는 저 세상을 꿈꾼다. 그리하여 계율을 지키며 선행을 베풀고 행동거지를 삼간다. 그래서 종교인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덕목으로 삼는다. 하지만 극도로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의 종교인은 상대를 공격하고 타 종교의 포교를 방해하며 상대의 성물을 파괴하고 심지어 목숨을 빼앗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선한 인간형을 추구하는 종교의 본래 취지와도 크게 어긋난다. 신의 피조물로서 사람의 존재 가치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는 신의 죽음을 선언했다. 서구 중세를 지배해 온 기독교적 세계관과 권위를 해체하고자 했다. 그의 위대함은 신을 부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을 초월하여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 초인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인간을 인간 삶의 창조적 주체로 올려놓은 것이다. 그의 철학은 이후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한때 기독교적 세계관에 머물렀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금도 그 영향권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나의 삶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그가 신을 섬기든 아니든 연결의 처음과 끝자리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영향력과 기회의 제공, 결정과 지원이 내가 스스로 창조적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힘이 되어 주었다. 아버지, 어머니, 외삼촌, 외숙모, 형, 형수, 누나, 매형, 아내, 아들, 며느리, 손녀, 선생님, 친구, 동료와 선후배, 상관과 부하, 내게 영감과 교훈을 준 책의 저자, 이름을 모르는 버스운전수, 아파트 관리인, 식당 주인, 교통경찰 등등. 사회구성체를 움직이는 수많은 인간군상이 결국 내가 창조적 주체로 살아가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여전히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진정 고마워할 대상은 사람들이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이 세상의 일상을 움직이고 성장과 발전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렇다. 너도 나도 모두 이 세상을 움직이고 발전시키는 사회구성체라는 점에서 같다. 그래서 사람과 이 세상에 감사해야 한다.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인사를 건네고 웃어주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렇게 여기 이 세상에서 사람을 중히 여기다 생명체로써 후손에게 유전자와 지혜, 축적된 지식을 물려주고 생명을 다한 채 자연을 구성하는 원소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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