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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무게

무겁고도 치명적이다

by 생각전사

말은 새털처럼 가볍기도, 납덩이처럼 무겁기도 하다.

마른 가지에 싹을 틔우는 생명력이 되기도 하고, 타오르는 빛을 꺼지게 하는 멸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짧은 한 마디가 듣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며, 역사의 방향을 뒤바꾼다. 말은 공기 중에 흩어지지만 사람에게 깊이 남아 서로를 단단히 묶거나 서로를 조각조각 해체하고 분해한다.


말의 무게는 그 사람과 가까울수록, 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무겁고 치명적이다. 작은 입에서 나온 누에 실타래 같은 언어는 뭇사람들의 희망이 되기도 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밧줄이 되기도 한다.


나는 평생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와 말의 중요성에 천착해 왔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주위를 다그쳤다. 하지만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다. 다만 나이 들수록 말이 무겁다는 걸 더욱 실감하여 조심하려 애쓴다.


말은 소통이요, 권력이다. 그만큼 무겁다. 반면에 메시지 전달수단이 더욱 많아지고 빨라질수록 말은 점점 더 즉흥적이고 가벼워진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가 곧바로 퍼져나가고, 그 말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 입고 누군가는 조롱당한다. 말의 무게를 가늠하지 않고 먼저 던지는 경우가 많다. 익명성과 즉시성이라는 시대의 속성 속에서, 말은 칼보다 더 날카로운 흉기가 되고 있다.


말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 말을 할 때는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그 말이 끝난 후 무엇을 남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면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한다면 그 말에 진심과 신중함을 담아야 한다.


말은 때로는 무기가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치유의 언어다. 상처 입은 이에게는 공감과 위로의 말이 필요하고, 길을 잃은 이에게는 방향을 제시하는 격려의 말이 절실하다. 말은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우리는 그 무게를 인식할 때 비로소 말로써 세상을 밝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말의 무게를 생각한다. 내 말이 누군가의 삶을 짓누르지 않기를, 오히려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말이 가벼워 보이는 시대일수록, 진심과 책임을 담은 말 한마디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머리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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