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증명
존재는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이름?
누구와의 인적 관계?
출생신고, 주민등록,
신분증,
회사 명부와 직위,
군에서의 계급?
명예, 권력?
그 모든 것보다
가장 확실하고
가장 감동적인 것은
바로 그림자다.
그림자는 언제나 침묵한다.
하지만 분명히 말한다.
“나는 여기 있다. 지금, 이 자리에”
8분 전
저 멀리 태양에서 떠난
빛 알갱이들이
내 몸에 부딪쳐 떨어져 내린
바로 뒷자리의 어둠.
바로 내 그림자다.
그림자는
과거의 빛과
현재의 내가
공존하며 남기는
시간의 흔적이요,
존재의 증언이다.
나는 그림자를 바라본다.
손을 들면 들고, 발을 뻗으면 뻗는다.
어느 하나 거짓이 없다.
내 마음속이 어둡지 그림자는 결코 어둡지 않다.
진실은 그림자를 닮는다.
말하지 않고
떠들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그림자와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림자와 함께
우주의 한 구석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