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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은 물과 같다

가만히 두어라

by 생각전사

“세상인심은 물과 같아서 움켜쥐면 도망가고, 손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두면 그대로 머문다.”


물은 손으로 쥘 수 없는 존재다. 움켜쥐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힘을 빼고 손바닥 위에 조용히 올려두면 잠시 그 자리에 머문다.


인심도 그렇다. 억지로 얻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욕심과 소유의 마음이 앞서면 관계는 서서히 틀어진다. 계산과 조건이 스며드는 순간, 신뢰는 말없이 흩어진다. 반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존중할 때, 철새 같은 마음도 한동안은 곁에 머문다. 하지만 그것조차 오래 붙잡을 수는 없다. 인연이란 본디 시절 따라 흐르는 것. 길게 본다면, 삶의 끝자락까지 함께할 수 있는 몇몇이 있을 뿐이다.


노자(老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고 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스스로 낮아지며 흐른다.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그 안엔 단단한 지속성이 숨어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깊고 넓게 스며드는 성질. 마음을 다루는 일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억지로 가지려 하기보다는,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는 것.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소유하려는 마음은 결국 상대의 숨통을 막는다. 반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숨 쉴 틈을 내어줄 때 관계는 천천히 깊어진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다르지 않다. 간섭과 기대가 지나치면 마음의 문은 닫힌다. 기다림과 인정만이 대화의 열쇠가 된다.


리더십 또한 마찬가지다. 억압과 통제로는 단기적인 결과는 얻을 수 있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은 멀어진다. 자율성과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는 리더만이 비로소 조직의 신뢰를 얻고 구성원과 함께 고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


물은 조용하고 낮지만, 바위를 뚫고 강을 이루고 마침내 바다를 만든다. 인심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붙잡기보다는, 이해와 존중, 기다림으로 다가가는 태도가 오래간다. 물처럼 부드럽되, 결코 약하지 않은 그런 관계…


세상은 점점 복잡하고 빨라진다. 강해지려 애쓰기보다, 때로는 물처럼 흘러야 할 때가 있다. 흘러가야 할 것은 흘려보내고, 머물러 줄 마음은 조용히 품는 여유. 인심은 움켜쥐는 자가 아니라 조용히 올려두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를 향하게 돼 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거친 들판을 지나는 나그네 길이 조금 더 평화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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