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소중한 훈장
나는 오늘 옹이를 보았다. 옹이는 나무의 몸에 남은 상처이자, 그 상처를 스스로 메우며 살아온 흔적이다. 가지가 꺾이거나 베인 자리에 시간이 지나며 단단하게 굳어진 이 혹은, 단순한 흉터가 아니라 생의 궤적이자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낸 증표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옹이가 있다.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오해, 특히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의 상처는 마음 깊은 곳에 단단한 매듭처럼 남는다. 가족, 친구, 연인, 배우자… 그 어떤 소중한 관계도 완벽할 수는 없고, 서로 소중해서 오히려 더 상처가 크다. 마치 큰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 부딪칠 일이 없지만, 작은 어항 속의 물고기들은 서로 부딪치며 서로 상처를 내기 십상인 것처럼 말이다.
살며 생겨난 옹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을 함께 안고 살아야 하는 자국으로 남기도 한다. 말, 특히 사랑하는 이의 말이 낸 마음의 상처는 아주 깊이 박힌다. “칼에 베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어도 말로 베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 말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옹이가 꼭 나쁜 징표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그때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로 인해 아팠으며, 동시에 행복했던 시절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옹이가 그런 것이다.
세상에 옹이 없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나무는 옹이로 인해 더 단단해지고, 그만의 결을 갖게 된다. 사람도 그렇다. 옹이는 우리의 마음의 흔적을 남기지만 동시에 더 깊고 넓게 만든다. 생각하기에 따라 상처는 과거가 남긴 선물이자 더 나은 삶과 서로의 관계를 위한 자국이 아닐까?
우리의 삶에 박힌 옹이를 덮으려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것은 단지 상처가 아닌, 삶을 온전히 살아낸 자만이 갖는 추억이자 자국이다. 아프지만 아름다운, 내 삶의 흔적들. 덕분에 우리는 같은 실수를 피하고, 더 단단한 마음으로 서로를 안아줄 수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옹이는 삶의 소중한 훈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