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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전사 Dec 16. 2023

에필로그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누구나 살아가면서 충격을 받는다.

좋은 일, 나쁜 일로부터…


그중 어떤 것은 보이는 것이고, 어떤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엇은 사람으로부터, 무엇은 생각으로부터, 무엇은 물체로부터, 무엇은 사건으로부터, 그 어떤 것은 이 모두가 서로 엉켜 일어난다.


독약을 먹여 잡은 꿩고기를 먹고 죽은 동네 형의 창백한 얼굴, 사랑하는 이의 상실과 부재, 11살 그 해 매일 밤 흔들리는 촛불과 함께 나타난 죽은 엄마의 무서운 검은 얼굴, 그 시절 돈의 부재와 궁핍, 거처의 불안정성, 앞날에 대한 불안, 꽉 찬 안개에 갇힌 어린 발길, 알 수 없는 배신, 처음 1등의 기쁨, 새로운 사랑, 생명의 탄생, 합격, 진급, 성공, 성취의 희열 등등.


나의 스무 살 이전은 보이는 것의 부재가 가져오는 불안한 충격의 삶이었고, 그 후에는 생각과 생각이 가져다주는 충격과 이에 대한 반응이 이어진 삶이었다.


나는 20대 초반 어느 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돼라. 생각했으면 실천하라. 실천하되 윗사람에게는 사랑을, 동료에게는 신뢰를, 아랫사람에게는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라는 말을 노트에 적었다. 그 후 나는 생각하는 길로 들어섰다. 메시지를 생각하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었다. 내가 부족한 것은 선배, 동료, 후배의 신세를 졌다. 아이들도 나의 생각과 함께 자랐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강요한 것은 없다. 나는 나의 일을 실천할 뿐이었고 그걸 아이들은 보았다.


데미안과 뒷모습은 큰 충격이었다. 나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삶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나는 젊은 시절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애써야 했다. 어떤 것은 성공했고 어떤 것은 실패했다. 이제 나는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줄 아는 시절에 이르렀다고 느낀다.

일심동체로 만든 손가락 별(2022.7, 충남 계룡시)

뒷모습 세상. 앞모습에 몰두하는 세상에서 내가 나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이다. 온천지에 뒤덮인 CCTV와 타인의 카메라, 공중에 뜬 드론이 우리의 뒷모습을 낱낱이 관찰하는 세상. 360도 시선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시선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내몰리는 세상.


뒷모습 세상은 "뒷모습이 예쁜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낭만의 세상만은 아니다. 다양한 시선과 생각, 시선의 지배와 권력, 사회적 소외까지를 내포하는 복잡 미묘한 세상이다.

스페인 몬세라트 (2022.4)

이런 뒷모습 세상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탐구는 아직은 미미하고 보잘것없다. 하지만 점차 자리와 모양을 잡아갈 것이라 믿는다. 여기 브런치북은 그런 여정의 하나였다.


무엇이든 호흡은 있는 법. 이쯤에서 이제 연재를 마치려 한다. 완성이 아니라 미완성의 상태로. 그래서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나는 뒷모습 세상을 향한 여행을 지금처럼 계속할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끝)

스페인 그라나다 (2023.4)

*그동안 브런치북 뒷모습 랩소디를 구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생각전사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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