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음이 크게 들리는 새벽
나는 두 시간 남짓 비행기룰 타고 날아와 일본 홋카이도 삿포르 어느 거리에 있다.
때 마침 내리는 함박눈이 우산 옆을 파고들며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순식간에 수북이 쌓인다. 툭툭 털면 어느새 또 내려앉는다. 패딩은 젖고 마음은 공중으로 끝없이 하얀 눈을 따라 흩어진다.
새벽이 오자 눈은 그치고 아내가 조그맣게 코를 곤다. 고단해 일찍 잠든 아들들은 뒤척임도 없이 곯아떨어졌다.
오랜 군 생활을 마감한 8년 전 겨울, 가족여행을 간 스위스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는 날 새벽녘, 창밖의 붉은빛이 감도는 아르곤 가로등을 조용히 내다보며 생각했었다.
살아있다는 것을…
숱한 나날을 견디며 여기에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는 것을…
이 모든 게 자연이 준 자산을 지혜로운 인간과 근면성실한 인간들이 기를 쓰고 만들어낸 기적이 내게 베푼 은총의 총합이라는 것을…
부지불식의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홋카이도에 없을 것이다.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 어설피 잠이 깬 아내의 뒤척이는 소리, 눈 치우는 소리, 낯설어 알 수 없는 소리들…
세상 모든 작은 소음이 크게 들리는 이 새벽.
지금 깨어있거나 잠들어있는 이 세상 모든 살아 숨 쉬는 생명체에게 감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