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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축적蓄積

경쟁과 협력이 만든 산물

by 생각전사

축적. “지식과 경험, 자본이 쌓인 것”을 말한다. 나의 축적은 나만의 것인가?


가난하고 불우했던 사람이 훗날 높은 곳에 오르고 큰 인물이 되는 이야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신화 같은 영웅담, 지금 살아있는 이야기 모두 다르지 않다. 가능성의 문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힘 없는 자가 힘센 기득권을 물리쳤다는 것은 희망의 승전보로 들리기 때문이다. 불공정이 타도되고 공정이 승리한 정의로 비치면 그야말로 최고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공정이란 공평하고 올바르다는 뜻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수 있다는 것도 환상이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기회는 어떻게 힘을 써 공정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과는 공정할 수 없는 게 이 세상 삶이다. 어머니 뱃속의 착상에서부터 생명체의 경쟁은 시작된다. 인간의 욕심과 경쟁은 근원적이다. 티없이 맑은 영혼의 어린아이조차 본능적으로 욕심을 부린다. 자기 것을 빼앗기려 하지 않고, 더 많이 먹으려 하고, 더 많이 가지려 한다. 그래서 남을 배려하고 돕도록 훈육 된다. 도덕과 규율로 조정된다. 이것을 굳이 공정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조실부모한 위기상황에서 가난과 낮은 가능성을 뚫고 좁은 자리에 이르렀다. 중학교 이후 여태껏 학비를 들인 적이 없고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사람 사는 잘못이야 셀 수 없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 돈을 갖다 바친 적도, 받은 적도 없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었지만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이렇게 된 데는 많은 이들의 도움과 대한민국의 성장이 결정적이었음을 똑똑히 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나와 경쟁했던 이들의 희생이 있었음도 잊지 않는다. 나의 축적은 공정의 결과가 아니라 경쟁의 결과였다. 나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 자유에 기반한 정의를 지향해 온 사회와 국가의 배려가 녹아 든 결과다. 한 마디로 운이 좋았고 좋은 나라 좋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나라를 지향하며 살아왔다. 자유대신 평등을 강제하는 신념이 만든 체제와 경쟁하여 승리했다. 세계 10위권에 이른 경제력, 세계 6위에 오른 국방력이 말해준다. 마침내 세계의 탑에 올라선 문화강국의 면모 또한 그렇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국가는 나와 동료들을 군인으로 만들었다.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 푸른시절의 잿빛 같은 것이었다. 자유가 제한된 군대에서의 나의 축적은 자유가 숨쉬는 대한민국의 축적과 성장, 배려의 영향 아래 쌓이고 쌓였다. 나의 축적의 시간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더 많은 군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사회를 열망해 온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나는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


대한민국에 뿌리를 두고 산 사람이라면 자유와 평등이 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때론 어떻게 대결하고 때론 어떻게 타협했는지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축적이 자유를 택한 대한민국의 축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도.


자유로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망한다. 대한민국이 더 자유롭고 개인이 더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동체의 강제와 통제보다 개인이 우선되는 삶, 자율이 숨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끝//

저들의 등 뒤에 대한민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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