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어느 날, 세 째 누나가 가출했다. 공무원이었던 누나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가출 며칠 전, 결혼한 둘째 누나가 집에 와서 셋째 누나에게, 우리 집안에 연애한 사람이 없었는데 연애를 하다니 한심하다며 질투를 했고, 어머니에게도 말려야 한다며 한바탕 설교를 하고 갔다.
어떤 나쁜 놈이 우리 누나를 데리고 갔단 말인가? 어머니의 걱정을 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셋째 누나는 도청 공무원으로, 봉급 때면 내게 맛있는 빵을 사주고 나를 이뻐했던 착한 누나였다.
사랑은 가족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는 어떤 힘이 있었다. 사흘 후, 누나는 몸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거구의 남자와 함께 나타났다. 남자의 손에는 나보다 더 큰, 말린 상어를 들고 나타났는데 그는 공무원이었다. 어머니 앞에 넙죽 절하면서 '결혼하게 해 주십시오!'를 외치는 그는 너무 멋있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남자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우리 누나가 반할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누나에게 말린 상어에 대해 물었다. 상어가 이렇게 크고 험악한 이빨을 가졌는지 처음 봤다. 이것을 어떻게 먹는 건가? 그 남자는 매주 큰 손에 무엇을 들고 우리 집에 왔다. 주로 해산물이었다.
다음 해 5월, 누나는 결혼을 했다. 누나와 매형은 우리 집에서 같이 살기로 했다. 그는 처갓 집을 위해 우리와 10년을 함께 살았다. 매형은 나를 매우 좋아했다. 내게 자전거를 사주고 옷을 사 오고, 몸이 건강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며 알지 못하는 해산물과 백숙 등을 먹이고, 우리 집 큰 아들 노릇을 다했다. 든든한 남자가 생김으로 인해 우리 집에는 평화가 있었다. 그분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처가에 사랑을 실천한 의리 있는 분이었다.
몇 해 전 그 매형이 중풍으로 쓰러졌다.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시는 매형의 모습이 너무 초라했다. 이제는 내가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2 때, 학교에서 싸우다 친구를 다치게 해서, 친구 부모가 나를 퇴학시켜야 한다고 교장선생님께 항의했을 때, 어머니 모르게 빌러 왔던 매형. 내게 공부 잘하라며 한마디 할 때, 내가 매형의 큰 팔을 뿌리치며 주먹을 내리쳐 팔에 상처를 주었던 일을 기억했다. 매형은 술만 마시면 나를 사랑하는 처남으로 불렀다. 나도 매형을 좋아했다.
누님은 매형을 위해 많은 기도와 사랑을 실천했다. 성당에 갈 수 없는 매형을 기도를 통해 영세를 받도록 했고 매형에게 끝없는 사랑을 주셨다. 매형이 돌아가신 후 누님도 위암 판정을 받게 되었고, 몇 해 후 평안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 장례미사 때 성당을 꽉 채운 많은 분 들을 보면서, 평소 주위에 베푸신 사랑에 감동했다. 나는 장례미사에서 성가 ‘구세주의 어머니여’를 연주하면서 나의 사랑을 전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 대신 내게 사랑을 준 매형과 누님. 그때는 그 사랑을 몰랐지만, 이제 알게 되는 것은, 아직도 살아있는 그 사랑을 느끼고 싶어서인가? 사순절을 보내며 어린 시절 내게 사랑을 주신 그분을 생각한다.
그것은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