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아빠와 고통스러운 가족...

아빠의 낭만적 삶을 방해하는 주변인 들....

by Simon Y

지난달에는 우리 큰애와 입씨름을 했다.


그날 대화 주제는 우리 애가 시골로 교사 발령을 받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두고 얘기하던 중, 내가 자동차 구입비로 500만 원을 지원할 테니까 차를 할부로 사고 봉급 받아서 갚으라고 했더니 500만 원짜리 중고차를 산다는 것이었다.


나는 새 차를 사야지, 중고차 사는 건 중고 인생 같다고 얘기하며,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품격 있는 생활을 하기 위해 하는 것 이 아니냐고 얘기했더니 자기는 돈이 아까워 못 산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서울에서 학원 다니며 시험 공부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고 눈물을 흘리며 원망을 하는 것이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학원에서 조교 해가면서, 밥도 제대로 못 사 먹고 돈을 아끼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네가 모아돈 돈으로 학원도 다니고 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렇게 돈이 없었으면 얘길 하지 왜 그런 고통을 혼자 겪었는가, 얘길 하면 아빠가 지원해 줄 건데라고 말했더니 자기는 아빠에게 돈에 대해 말하기가 싫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집에서 아빠만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빠는 음악 한다고 다니고, 악기나 신형 전자제품을 구입하고, 친구들과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다하고 자기들에게는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집안의 가장이 행복해야 다른 가족이 행복하다는 이기적인 논리를 폈다. 품격 있는 생활을 추구하고 새로운 문명의 도구들을 구입해서 인생을 즐겁게 하고, 주변 친구들이나 친지들과 함께 멋있는 식사도 하고, 취미 활동이나 음악회와 같은 문화생활을 위해 내가 돈 버는 것이 아닌가?


우리 애는 돈을 모아 강남에 집을 사는 게 목표라며 그동안 자기가 돈을 아끼기 위해 하류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한참을 입씨름하다 보니까 생각이나 사상이 나와 너무 달라, 더 이상 입씨름 해봐야 감정만 상할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애에게 미안하다, 아빠만 즐거운 인생을 살다니 우리 모두 행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살자고 하며 얘기를 마무리했다. 밖에 나와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돈에 대해 어려움 없이 지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나 혼자만 즐겁고 다른 가족은 고통스럽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시 집으로 들어가 가족을 모아놓고, 앞으로 각자 알아서 즐겁게 잘 지내자는 무책임한 말과 함께, 앞으로는 고통스러울 때 서로 대화를 통해 잘해보자고 다짐을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변덕스러운 아빠의 모습에 집사람과 애들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건지 두고 보자는 식의 동조를 했다.


나는 그날 이후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나만 즐겁게 살아왔다? 나도 고민하면서 살고 있는데... 각자 즐겁게 잘 살아주면 안 될까? 즐겁게 해 주기만 바라면 안 되지....


나는 가족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날의 대화가 유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통스러운 얘기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 아빠도 모르는 원망을 가지고 나를 대할 텐데 너무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버지가 어릴 적 돌아가셔서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이런 대화를 해보지도 못했지만, 이런 대화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끼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이런 대화를 통해 서로 가슴을 느끼고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살아가는 의미를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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