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Jul 31. 2024

14. 줄래?

Poem




이런 말 한 번 들어봤으면 한 적 없어?

실근육 아름다운 한 사내가 턱을 살짝 들고 깊은 눈으로

흘낏 쳐다보며 건네는 이런 말

찍 뱉는 양아치 같은 말 하나가 살면서 한 번쯤

네 가슴에 꽂혀본 적 있냐고

생각 없이 던진 말인데 깊은 호수 중앙에 퐁당

던져진 조약돌처럼 딴딴하게 퍼지는 말 말이야

그 말을 손으로 돌돌 길게 늘여 목에 두르고

묻지도 않고 따라가서 머리 하얘질 때까지

밥 끓이고 애 낳고 그냥저냥 살고 싶게 하는 그런 말

이상하게 더럽게도 그리운 말

기분 나쁜데 심장이 나대는 말

다 잃고 가진 거 하나 없는데 아직 남은 게 있다고

넌지시 알려주는 말

어떤 놈에게는 그게 세상에서 가장 욕심나는 거라고

예의 없이 고백하는 말

그런데 주워 담기 뭐 한 말을 뱉고 난 사내놈 얼굴이

노을을 찢어 붙인 하늘처럼 울컥할 때가 있어

흙먼지를 툭툭 며 돌아서는 그의 옷소매를

붙들고야 마는 그런 말

들어본 적 있어?


이전 13화 13. 순수에서 술수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