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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17. 2024

12. 전 남편

Poem





베란다에 똑딱이 벌레 하나 기어간다     


문을 열어준 적 없으니 방충망 틈으로 슬쩍 들어왔을 터

낯 거죽이 두껍고 빤질빤질한 게 영락없다


나는 빨래를 널고 그는 유유히 화초 사이로 노닌다     

제풀에 뒤집혀 버둥거리다가도

똑딱,

한 번에 이전으로 돌아온다     


사는 일은 똑딱이 벌레의 절개선보다 깊어

쉽게 뒤집을 수 없었다     


손으로 집어 날려 보낸 하늘     


햇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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