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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1. 2024

20. 다른 소원 없어요

Poem





유목민 여자 쉘바가 게르 안에서 털옷을 기워요     


보글보글, 털옷에 보풀들이 매달려 있어요

보글보글, 화로에서 염소젖이 끓어요

보글보글, 약해진 불씨에 바람을 불어요     


신포동에서 여자 경희가 떨어진 단풍을 쓸어 모아요     


슥슥 삭삭, 빗질에 몸을 뒤집으며 달아나는 별잎들

슥슥 삭삭, 이 계절을 썰고 있네요

슥슥 삭삭, 어제의 낙서를 지우고     


경희가 털옷을 만든 적 없듯이

쉘바도 마당을 쓸어본 적 없어요     


경희는 오늘 거실 커튼을 새로 달았어요

쉘바는 육포와 짧은 면을 넣어 국수를 끓였어요     


쉘바는 건강하게 자라는 자식들이 고맙대요

경희는 드라마를 보며 혼자 마시는 맥주가 제일 달대요     


둘은 서로를 모르지만

닮은 데가 있어요     


다른 소원이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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