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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06. 2024

28. 그렇게 많은 말들이 필요할까*

Poem



태초에 하나님이 사람에게 음-마 

두 음절을 주셨다     


기분이 좋아, 마-마-음-마-마     


얼굴에 쓰여 있는 문장을 함께 읽으면 충분하다     


엄마가 보고 싶어, 음-마-음-마     


미간 사이의 주름을 세고

눈동자를 깊게 들여다본다     


밖에 나가고 싶어, 음-음-마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고

그곳에 오롯이 앉아있는 너를 안는다     


입꼬리 위치를 살피고

보일 듯 말 듯 새하얀 젖니의 냄새를 맡고     


너를 사랑해도 될까, 마-음     


노란 솜털을 배냇짓하는 꿈에 살포시 얹는다     


보드랍다, 마-음






*강나무,「그렇게 많은 말들이 필요할까」,『긴 문장을 읽고 나니 아흔 살이 됐어요』, 걷는사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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