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기분을 만든다
프리랜서가 되고 달라진 것 중에 하나는
주로 이용하던 대중교통이 지하철에서 버스로 바뀌었다는 것.
그동안 다녔던 회사들이 오피스 밀집 지역에 있기도 했고 정해진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변수가 적기 때문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서 낑겨 가더라도 지하철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지금은 정해진 동선을 반복해서 다니는 일 보다
그날그날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 일을 하거나
다양한 곳에서 약속이나 미팅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약속시간 보다 여유롭게 나와서 버스를 타고 움직인다.
지하철에서는 습관적으로 핸드폰만 들여다보게 되는데 버스는 이어폰을 꽂고 바깥 구경을 하며
가게 돼서 그런지 지하철이 멈춰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면 버스는 타고 내리는 사람들,
옆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소리,
빵빵 울리는 경적 소리에 무슨 일인지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조금 더 다이나믹함이 있다.
몇 달 전에도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어느 정류장에 멈춰서 앞 문이 열리자
밖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행선지를 말하며 이 버스가 거기까지 가느냐고 기사님께 물었다.
아주머니 : OO동 가요?
기사님 : (무성의하게) 안 가요
아주머니 : 네?! 가요? 안 가요?
기사님 : 안 간다고요! 저기 보면 다 쓰여있어요!
보고 좀 타시라고요(버럭)
아줌마는 한번 물어보는 거지만 하루종일 운전하는 저희한테는 몇 번씩이나 똑같은 어쩌고 저쩌고...
이미 뒷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닫아 버리시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참을 말씀하셨다.
그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얼마나 짜증나시겠어.
나도 회사 다닐 때 이미 다 공지된 사항을 여기저기서 물으면 짜증 났었지..
'아니 왜 제대로 보지도 않고 물어보는 거야!'
똑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기사님께 감정이입도 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버스 정류장에 버스 번호별 노선이 다 나와있지만 처음 가는 동네에선 이 방향에서 타는 게 맞나 헷갈릴 때도 있고
그걸 미처 다 보기도 전에 이 버스인가 하는 긴가민가한 상황에 맞닿뜨리면 기사님께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겠다 싶을 때도 있는데 두 분의 사정이 다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그 후로 한참이 지나도 기사님은 좀처럼 짜증이 가시질 않았는지 버스 앞으로 끼어드는 차나
바뀌어버린 신호에도 연신 짜증을 표출하셨다.
그 안에 있던 누구도 잘못한 게 없는데 괜히 눈치가 보이고 듣기 싫은 소리를 계속하시니
'아니 지나간 일인데 적당히 하시지.. 뭐 저렇게까지 하실까?' 싶어 그냥 빨리 내리고 싶었다.
난 목적지가 돼서 내려버리면 그만이지만
기사님의 저 짜증 나는 기분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본인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지 문득 궁금했다.
그리고 며칠 뒤.
또 다른 버스를 타고 다른 곳에 가고 있었는데 똑같은 상황을 만나게 됐다.
아주머니 : OO동 가려면 여기서 타는 거 맞아요?
기사님 : 거기는 반대편으로 건너서 OO번 버스 타셔야 돼요
아주머니 : 아유~ 감사합니다~
문이 닫히고 운전석 뒤쪽 자리에 타고 있던 아저씨가 기사님께 요즘 핸드폰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저렇게 물어보면 일일이 다 대답을 해줘야 하나는 식으로 얘기했다.
승객 : 요즘은 핸드폰이 만물상자인데 아직도 저렇게 물어보고 어쩌고...
기사님 :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쉽지 않죠~
저도 찾으려면 어려운 걸요
승객 : 그래도 한 두 번도 아니고 어쩌고 저쩌고...
기사님 : 에이 돈 드는 일도 아닌데요 뭐
꽤 시간이 지난 일이라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대화내용을 들으며 며칠 전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보였던 기사님이 떠오르면서
순간 띵! 하고 작은 깨달음이라는 것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이 유명해서 알고 있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도 떠올랐는데
순간의 감정적인 기분이 태도로 이어지지 않게 컨트롤해야 하는 건 맞지만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냐에 따라 내 기분과 내 하루를 만들어갈 수는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떤 태도(마음가짐, 자세)로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것은 무조건, 오로지
나의 선택이고 그 선택이 내 기분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이
일관되게 좋은 태도를 유지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 마음의 밭이 고르고 단단하지 않으면
툭툭 튀어나오는 돌 뿌리에 내가 걸려 넘어질 때도 있고 때로는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참 어려운 일이다.
회사를 다닐 땐 HR관련 일을 꽤 오래 했어서
직원들을 교육시킬 일이 많았는데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교육들은 크게 지식/기술/태도로
나누어 커리큘럼을 짠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생활을 단체로 노를 저어 가는 배에 탄 거라고 예를 들자면 지식과 기술은 항해를 하기 위한 기본 지식이나 노를 잡는 법, 패들링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라면 날씨가 어떻든, 상황이 어떻든
어떤 마음가짐으로 노를 저어 나아가야 하는지,
한 배에 탄 사람과 손발이 안 맞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태도에 가까운 것 같다.
지식과 기술은 계속하다 보면 경력이 쌓이다 보면
넓게든 깊게든 발전하기 마련인데 태도에 대한 부분은 본인이 중심을 제대로 잡으려는 노력을 끊임 없이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휘청이거나 나쁜 쪽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지식, 기술에 대한 역량은 시험을 보든 진급과 연결시키든 강제성을 주고 끌어올릴 수 있지만 태도는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바꾸기 쉽지 않아서 늘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기본적으로 삶의 태도가 좋은 사람은
배움의 태도나 일에 대한 태도도 좋았던 경우가 많은데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는 건지,
마음을 그렇게 먹는 건지,
성향이 원래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나처럼 아직 내공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좋은 태도를 가진, 좋은 사람,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계속 훈련하고 노력해야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훈련과 노력의 과정을 거쳐가는 게 제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까지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몇 년 뒤를 내다보며 계획과 목표를 세우라거나
앞으로의 꿈이나 하고 싶은 걸 누군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일인데 몇 년 뒤를 어떻게 상상하란 말이지?'
'계획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거지. 뭘 그럴걸 물어'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티비나 영상 콘텐츠, 직접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상'이 눈에 들어오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저분은 인상이 엄청 좋으시다'
'저분은 되게 편안해 보이신다'
'저분은 완전 웃(는)상이시다' 등등
어떤 삶을 사셨는지 모르지만 굴곡 없는 인생은 없을 테니 그런 시간들을 어떤 태도로 지나왔는지가
얼굴에 표정이나 인상으로 남게 되는 것 같았다.
작은 일에도 인상을 쓰는 사람이라면 미간에 주름이 평상시 표정에도 도장처럼 찍혀있을 테고
작은 일에도 웃는 사람이라면 눈가에 주름이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생긴다.
어디선가 불혹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나이가 가까워져서인지
몇 년 뒤, 몇 십 년 뒤 내 모습이 어떨지 상상해 보라고 한다면 이제는 '웃는 게 자연스러운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결국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올해의 만다라트 한 꼭지로 적어두었던 ‘태도’에 대한 부분을 주기적으로 상기시키면서
내 마음은 단단하게, 다른 사람에게는 유연하게 대하도록 노력하면서 살아가야겠다.
-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
- 감정에 고립되지 말기
- 공감 / 인정 / 칭찬하기
- 문제 해결방법을 외부에서 찾지 말기
-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기
- ~할까 봐,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 버리기
- 일단, 그냥 해보자는 마음 갖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