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하면 되지
그저께는 글을 쓰다가 저장한 채로,
어제는 아예 시도도 하지 못한 채로 이틀을 쉬었다.
그제는 날씨 궂은날 아침 운동하고
멀리 다녀온 것 만으로 그렇다 치지만 어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아니, 이유가 아주 없진 않았지.
나의 일상과 감정을 많이 흔드는 일이 최근에는
없었는데 오랜만에 또 그런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하루가 휘청였다. 이젠 제법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역시나 아직은 아니구나 싶어서 일할거리 운동 준비까지 다 준비해서 나갔다가 잠깐 볼일만 보고선
집으로 들어와 모든 걸 멈추고 잠을 잤다.
오늘 아침까지도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울리는 알람들도 다 끄고선 허리가 아플 때까지
푹 자고 일어났다.
예전 같았으면 ‘어제 하루 무의미하게 날려버렸네’
‘난 왜 이렇게 나약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기력한 날을 며칠 이어 갔을 텐데 그래도 이젠
하루 그렇게 푹 쉬고 ‘조금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일어나서 할 일 하자’라는 마음을 먹게 된 게
참 다행이었다.
몇 시간 집중해서 일을 하고 운동을 하면서도
순간순간 마음이 약해지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난 며칠간 쌓아 온 건강한 습관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지 않아서,
귀찮음을 이겨내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써준 내가 있어서 더 이상 내 감정에 잠식되지 않고 지금부터 또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얼굴이 벌게지도록 러닝머신을 뛰고 편의점에서
맥주 3캔과 냉동 닭강정을 사서 들어왔다.
운동하고선 단백질이나 건강식을 먹어주라고 하는데… 음.. 열심히 운동하고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만큼 내적 즐거움을 건강히 채워주는 게 어디 있겠어?! -라고 합리화를 해본다.
한 캔을 벌컥벌컥 비우고 이걸 쓰면서 두 캔째도 가져올까 말까 거의 90% 가까이 넘어갔지만 참아내고 얼른 양치를 하고 왔다!
더 마시고 싶었지만 한 캔으로 끝냈으니 이것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