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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Feb 01. 2021

겨울비

비구슬이 방울방울 맺히면 이상하게 마음은 보송해진다.

겨울비가 내린다. 창틀에 구슬처럼 맺힌 빗방울을 보며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와 함께 갔던 카페들을 생각했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고 4개월쯤에 처음으로 카페로 데려갔다. 나처럼 라테를 좋아했던, 아이와 태어난 개월 수가 같은 아이의 엄마가 항상 함께 갔다. 우리는 카페를 가는 것도 좋아고,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에도 아이스라테를 마실 만큼 행복하지만 닫힌 육아생활에 지쳐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와의 카페 나들이는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했다.

 나는 분위기 좋은 카페나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에 항상 아이와 함께 갔다. 아이에게도 음료나 디저트를 선택하게 했다. 아이는 녹차나 사과주스를 마시고 나는 언제나 커피를 마셨다. 함께 차를 마시나 책을 읽는 여유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겼다.


 아이가 5살 때, 광명에 있는 그 카페에는 2층 다락방이 있었다. 차를 주문하고 다락방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코코아를 마시던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어른이 되면 이 카페에서 커피 사주세요.


아이의 그 말에 나는 까닭 없이 행복했다. 아이가 그 다락방의 아늑하고 노곤한 분위기와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줬다. 2층 다락이 있는 카페에서 조도가 낮은 조명 아래 함께 마시던 코코아 맛은 잊었겠지만 어쩌면 아이는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의 커피 향기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12살이 되었다, 요즘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아이의 옛날 사진을 볼 때가 많다. 옛날 사진들은 자유로운 향기를 풍긴다. 우리는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걷고 외식을 하고, 밥을 먹고 항상 카페에 갔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서인지 아이는 밥을 먹고 나면 커피 마시러 가야지 라고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 마시러 가던 시간들의 한 켠으로 시간여행이라도 하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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