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지 못한 아들이 고심 끝에 고른 선물은 책이었다. 어제 아들이 친구와 하교하면서 어린이날 선물로 책을 받았다고 했더니 '헐'이라고 했단다. 사실 아들은 선물로 책을 고르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책은 특별했다. 바로 브런치를 통해 받게 된 선물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용한 작가님의 <인생은 짧고 고양이는 귀엽지'라는 책이다. 아들은 내가 구독하는 이용한 작가님의 브런치를 좋아한다. 매일 들어가서 고양이들을 보고 행복해한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드디어 선물을 정했다며 이 책을 선택했다. 다행히 책은 어린이날 전에 도착했다. 아들은 벌써 몇 번째 이 책을 읽고 있다. 설거지 하는 내 옆에서 읽어주고 사진을 보라고 들이대는 바람에 책이 물에 젖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등교 수업으로 마스크를 자주 쓰면서 아들의 턱과 인중에 빨갛게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아들은 접촉성 알레르기가 있다. 평소에 괜찮다가도 곤충의 털이나 동물의 털, 때로는 금속성 물질에도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그래서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만지거나 쓰다듬을 수가 없다. 그런 아들에게 이용한 작가님의 브런치가 많은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은 이용한 작가님의 책과 '고양이 춤'이라는 영화를 다운로드한 비용, 15500원으로 아쉽게 지나갔다.
어린이의 나이가 만 12세까지라고 한다. 아들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서는 만 18세까지 어린이로 정했어. 그러니까 아직 또미가 선물 받을 수 있는 날이 많아."
"엄마 난 12살까지만 선물 받고 싶은데요."
아들은 정해진 나이까지만 어린이로 살겠단다. 나는 우리 집만의 독자적인 규정대로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티격태격하다 네이버에 찾아봤다. 만 12세까지 어린이에 포함되지만 아동복지법에서는 만 18세 미만까지 어린이로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아동복지법에 의거 만 18세까지 어린이로 정한다고 선언했고, 아들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기념일에 선물 고르기를 힘들어하는 아들의 고민은 앞으로도 깊어가겠지만 아들이 자라는 것이 아쉬운 나는 이렇게라도 시간을 붙잡고 싶다. 내년에는 마스크 없는 어린이날을 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