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금쯤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요?"
방학이라 느긋하게 쉬고 있던 아들이 말한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내가 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시작하면서 아들은 나의 출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3일, 월수금 하루 4시간의 짧은 일이지만 10년 넘게 육아만 해 온 내가 어렵게 구한 일이다. 오후 2시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일이라 아들과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있어서 구한 일이기도 하다.
아들과 나는 지금까지 거의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내가 집에 있었다. 아들은 처음으로 엄마와 몇 시간을 떨어져서 지내게 되었다. 남편이 5시에 퇴근을 하니까 3시간 정도를 혼자서 지내게 된 것이다. 이제 6학년이 되는 아들은 엄마의 외출을 반기는 눈치다. 말로는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좋다고 하지만 요즘은 마트나 도서관에 나 혼자 다녀오라고 할 때가 있다.
내가 이 짧은 일을 시작하면서 아들은 나의 출근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오후 12시가 되면 나에게 알려준다. 지금쯤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요 하면서 나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나는 서둘러 점심을 차려서 밥을 먹는다. 처음에는 느긋하게 점심 먹던 습관 때문에 여유를 부리다가 커피도 마시지 못하고 나가야 했다. 지금은 커피를 미리 내려서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준비를 시작한다.
"엄마 늦을 것 같은데요."
"아니야 괜찮아. 30분에 나가면 돼."
"얼마나 걸리는데요?"
"20분이면 충분해."
"그럼 여유 있게 1시 30분에 나가셔야겠네요."
아들은 꼼꼼하게 시간까지 따지면서 나의 출근을 재촉한다. 내가 지각할까 봐 어지간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서둘러 준비를 했는데도 30분이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서게 되었다.
"엄마 어떡해요? 늦은 거 아니에요?"
아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아니야 빨리 가면 안 늦어. 엄마 다녀올게."
아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현관까지 나를 배웅하던 아들이 다급하게 외친다.
"엄마!"
"왜?"
"늦었다고 빨리 운전하지 마세요."
"뭐라고?"
마음이 급해서 나는 아들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혹시 지각하더라도 안전 운전하라고요."
마지막까지 엄마를 걱정하는 아들의 모습이 생각나서 운전하고 가는 동안 자꾸 웃음이 난다. 아들의 눈에 내가 참으로 덤벙덤벙해 보였나 보다. 아들의 극진한 잔소리를 들으면서 일을 하러 가는 길이 낯설지만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