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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만났다.

by 써니

아파트 산책을 하다가 예뻐서 걸음을 멈췄다. 노루꼬리처럼 보송한 이 아이. 이름표에 호랑버들이라고 써 있다. 이름도 예쁘다. 나는 아직 겨울옷을 입었는데 나무들은 봄옷을 입었다. 산책길에서 만난 고라니는 고개를 까닥 인사를 하고 풀을 뜯는다. 이제 아파트 산책길에 고라니를 보는 것이 놀랍지도 않다. 고라니도 사람을 만나도 놀랍지도 않나보다. 나와 눈이 마주쳐도 피하지 않고 마주본다. 오랜만이네 하는 얼굴이다. 맞아 겨울이라고, 코로나라고 집콕만 했어.

아직 겨울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라니의 발밑에 여린 풀들이 자랐다. 나는 아직 겨울의 끝자락을 놓지 못했는데 어느새 봄이다. 계절의 속도를 따라가기에 내가 너무 게으른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겨울 옷을 정리할 생각을 하니 억울하다. 겨울옷을 꺼내놓고 한두벌만 입었다. 어쩌다 하는 산책길에 입은 외투와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녔다. 이럴줄 알았으면 두개만 꺼낼걸 그랬다.


봄옷은 많이 입을거라고 기대를 해본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부드러워서 기분이 좋다. 좋은 봄날이 올거라는 느낌이 벌써 든다. 조금 더 있으면 창문으로 산에 핀 진달래가 보일 것이다. 그럼 분홍분홍 옷을 입고 나가야지.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다. 분명 봄이 왔다. 이번 봄은 분명 작년의 그 봄과 다를 것이다. 나는 믿는다. 오리궁뎅이처럼 보송하고 예쁜 호랑버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봄바람까지 부니까 마음이 자꾸 살랑인다. 분명 좋은 봄이 오고 있다고. 올해는 분명 좋은 날이 올거라고 자꾸 마음이 살랑살랑 설렌다.


호랑버들을 닮은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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