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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pr 09. 2021

꽈배기 맛집을 그냥 지나친다.

자주 장을 보는 동네 마트 옆에 정말 맛있는 꽈배기 맛집이 있다. 작년 4월, 한창 코로나로 심란할 때 오픈한 가게였다. 처음에 그 가게가 생겼을 때 이런 시국에 괜찮을까 걱정했다. 사장님이 아는 분이라 더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꽈배기 집은 이 동네 뜨는 맛집이 되었다. 꽈배기는 포장해서 가져가는 메뉴라 코로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집 꽈배기는 정말 맛있었다. 겉바속촉이었다. 한번 먹으면 다시 찾는 집이라 마트에서 장보고 사가야지 하는 동안 다 팔린 날도 있었다.


특히 나는 그 집의 매콤 핫도그에 반했다. 다른 꽈배기 가게에서도 매콤 핫도그를 먹어본 적은 있지만 그냥 평범했다. 하지만 이 집은 달랐다. 정말 청양고추 매운맛이었다. 게다가 밀가루 반죽이 얇아서 바삭했다. 나는 원래 핫도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매콤 핫도그는 한 개만 먹기는 아쉬운 맛이다. 특히 이 매콤 핫도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곁들이면 천상의 맛이 된다.


마트에 갈 때마다 매콤 핫도그를 사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나는 요즘 꽈배기 맛집을 그냥 지나친다.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최대한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고 한다. 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다. 하나에 1500원, 가격 때문도 아니다. 바로 사장님 때문이다.


사장님을 처음 만난 것은 아들의 유치원에서였다. 아들은 지금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에 다녔다. 점심을 먹고 1시쯤에 아들을 마중하러 간 유치원에서 사장님을 만났다. 사장님은 따님의 손녀를 돌보고 계신다고 했다. 연세에 비해 건강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젊은 시절 태권도장을 운영했다고 했다. 유난히 왜소한 아들을 보면서 항상 태권도를 배워야 한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라 하시면서 가르쳐주셨다. 이렇게 안면을 트고 지내다 보니 초등학생이 된 후에도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 사장님께서 아내분과 꽈배기 집을 오픈한 것이다.


맛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맛집이 된 꽈배기 집은 장사가 꽤 되는 것 같았다. 사장님 내외분이 인상도 좋으시고, 다정하신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 자주 꽈배기를 사러 들렀다. 꽈배기랑 핫도그랑 사서 남편과 아들이랑 먹는데 인근에서 찾기 힘든 맛이었다. 그래서 오며 가며 가게에 들렀는데 사장님은 매번 갈 때마다 항상 꽈배기 한 개를 덤으로 주셨다. 그러시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자꾸 하나씩 더 주시는데 감사하면서도 불편했다. 싫지는 않은데 불편한 감사함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는 아들에게 꽈배기랑 핫도그를 사 오라고 하고 나는 멀리서 기다렸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아들도 알아보고 꽈배기를 한 개 더 주시는 것이다.


한동안 그런 이유로 핫도그를 사지 못했다. 하루는 매콤 핫도그가 당겨서 남편에게 퇴근길에 사 오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가격만큼의 핫도그와 꽈배기를 들고 왔다. 옳거니. 그다음부터는 남편을 보내고 있다. 사장님께서 남편을 모르니 덤을 안 주시는 것이다. 남편이 없는 낮시간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가 가게 앞을 지나갈 때면 눈 딱 감고 들어가서 사 올까도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면서 가게 앞을 지나친다.


생각하면 참 이상하다. 사장님께서 좋은 마음으로 주시는 꽈배기 하나가 뭐라고 그냥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파세요. 하고 나오면 되는데 나는 왜 그게 그렇게 불편할까? 사장님께서 나를 불편하게 할 마음이 전혀 없는 데다가 반가워서 그러신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정말 감사해서, 감사한데 표현하기가 힘들어서 사장님의 마음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불편하지만 매콤 핫도그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앞으로도 매콤 핫도그가 먹고 싶어 지면 남편 찬스를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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