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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to Mar 11. 2022

그리운 곳

끼징끼 - Quijingue

한국을 제외하면 가장 오래 머물렀던 도시. 시끌벅적한 사람들이 넘쳤던 장소. 그래서 다가서기 싫었지만, 너무 깊게 관여해 버린 곳. 가장 아름다운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나의 집이, 여전히 지도상에 남아있는 동네.


가끔 꿈에 나타날 정도로 너무 그리워하기에, 다시는 찾지 않을 그런 마을.



브라질(Brazil) 바이아(Bahia)주의 한 도시 끼징끼(Quijingque)는 아직도 이 발음이 맞는지, 철자가 맞는지조차 헷갈리는 곳이다. 그곳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으니까 맞겠지. NGO 단체에 소속되어서 들어갔던 도시의 첫 느낌은, 난잡함이었다. 정제되지 않고, 길가에 배 터져 죽어있는 벌레들이 가득 깔려있었다. 시장의 고기 썩은 내에 역겨움이 올라오고, 통일성 따윈 바랄 수 없는 정신없음이 미쳐 날뛴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도시의 중심(우리로 치면 읍내 크기밖에 안되지만)에서, 한동안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머물러야만 하는 숙소는 그로부터 오프로드 오토바이로 45분을 더 들어가야만 했다. 상하수도 없음. 인터넷 없음. 정전 자주 일어남. 정기적인 교통편 없음. 비 오면 숙소에 물이 새서 실내에서 비 맞는 체험 가능. 한국어는커녕 영어를 쓰는 사람이 10만 명 중에 나밖에 없었던 그 도시 내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들개가 무리 지어 휩쓸면 얼마나 위험한 질 느낄 수 있는 동네에서 4개월을 혼자 머물렀다.


행복했다.

생존에 가까운 행위들이 계속되었기에, 힘들었지만, 충분히 즐거웠다. 불편했던 일들만 적어도 몇 페이지를 채울 수 있고, 위험했던 사건들을 적어도 그만큼은 될 것이며, 당혹스러웠던 일들을 말하면 그의 두 배는 적을 수 있는 양의 경험을 그곳에서 했음에도, 그곳에 머무르기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추억만 하고 있는 지금까지 계속 행복한 감정만으로 가득한 장소이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았던 은하수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은하수를 말해줄 수 있다.

콘도르가 맛없다고 창공에서 버린, 손바닥만 한 개구리가 내 옆에서 터져나가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도 해줄 수 있다.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이 얼마나 시끄럽고 착한지에 대해서도 밤새워 떠들 수 있다.





봉사라는 거창한 단어를 앞 새워 들어갔던 그곳에서, 오히려 언제든 돌아오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그 시점부터, 무엇을 하더라도 굶어죽진 않겠지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스쳐 지나간 지 1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날 철들지 않게 만드는 근원으로 여겨질 도시가 브라질의 끼징끼이다.


ⓒ photo by t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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